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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19. 2016

다시 국경을 넘어

Shanghai #32

나이키 페가수스 31 검정 운동화의 역할이 컸다. 직립보행의 행복감을 알게 되었고, 편안함과 멋이 공존할 수 있다는, 매우 오그라드는 워딩 '놈코어'의 N자 정도를습득하게 되었고, 이미 모두가 이것을 누리고 있었다는 것까지 알게 됐다. 


세상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하이힐에서조차 내려오지 않는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아이디어를 많이 생산하는 부류였으나, 광고인의 이름으로만 그 일을 하길 바랐다. 

대기업을 경멸하면서도 부띠끄로 돌아가고싶지 않았고, 해외생활은 부러워도 '중국'은 궁금하지 않은 친구에게서 몇 달 전까지의 내 모습을 보았다. 


영혼을 팔고 돈을 버는 세계에서 구제되었다고생각했지만, 

돈을 벌지 않는 죄책감은 내 어느 구석에서기생하다가 느닷없는 자격지심으로 발현되기도 했다. 


오늘의 깨달음이 어느 정도 보장된 울타리에서나오는 것임을 안다. 

사실 그동안은 내게 울타리가 있는 줄도 몰랐다. 

국경을 넘어보니 나는 매우 편협하고 틀에박혔으며, 내 나라만큼이나 작은 사람이었다. 


꽤 긴 시간을 한국에 다녀오자 이유 없이 멍해져 있었다.

일주일 내내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밖을 나섰다.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직립보행의 행복을다시 느끼면서,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나는 조금 달라져있었다. 


201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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