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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님이 오셨다

점점 진화하는 상하이 가이드

by 연필소녀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손님의 방문이란 보통일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보고 싶던 손님의 방문은 고되지만 보람차다.

나와 죽이 잘 맞는 사람,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사람, 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

살면서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손님이라면 사활이 걸린 경쟁 피티를 하는 심정으로 접대에 몰빵 할 수 있다. 얼마든지.


A는 운이 좋았다.

그녀는 '그런 손님'인 데다가, 내 가이드 실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기에 상하이를 방문했다.

이제 택시 기사나 식당 종업원의 돌발 질문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만큼 귀도 트였다.

게다가 우리 집 거실 바닥도 춥지 않을 만큼 날도 따뜻했다.


손님을 맞으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3박 4일은 너무 짧다.

원래 좋은 곳도 많은데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나 식당이 더 늘어나고 있으니까.

2016-04-13_185926.jpg?type=w2 푸동에서 와이탄을 볼 것이냐, 와이탄에서 푸동을 볼 것이냐. 짜장면/짬뽕처럼 어렵다. 그래서 짬짜면같은 사진을 찍어봤다.
NaverBlog_20160418_011106_01.jpg?type=w2 멀더와 한집서 잘 것이므로 첫인사도 할겸, 훠궈집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A는 마라훠궈와는 의외로 구면이었다. 심지어 친했다.
NaverBlog_20160418_011110_02.jpg?type=w2 빵냄새 가득한 베이커리 카페로 들어서자 A는 순식간에 행복해졌다. 안푸루(安福路)[Baker&Spice]에서의 브런치.
2016-04-14_141654.jpg?type=w2 약 4,000원 짜리 Feiyue 스니커즈를 2개 사고 A의 행복은 증폭됐다. 덕분에 내 페이유에 쿠폰 도장도 두개 늘어났다.
NaverBlog_20160418_011117_03.jpg?type=w2 우캉루(武康路)의 아이스크림집은 이런 곳이 되어버렸다.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한적하고 아름다운 프랑스 조계지였는데.
NaverBlog_20160418_011119_04.jpg?type=w2 [Green&Safe] 주중이라 야외에 앉을 수 있었다. 작은 도로에서 많은 풍경이 오고 가는 곳. 그때 나눈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NaverBlog_20160418_011123_05.jpg?type=w2 너무 큰 나이차를 뽀샤시 셀카 어플로 극복해보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2016-04-14_181351.jpg?type=w2 어려서 이쁜건지 그냥 이쁜건지 어떻게 찍어도 잘 나오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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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즈팡(田子坊)의 기념품은 선글라스. 재밌고 특이한 선글라스를 사기로 했다. 가격도 99위안 (17,000원)!

NaverBlog_20160418_011140_09.jpg?type=w2 재밌는 선글라스 인증샷도 찍고.
NaverBlog_20160418_011144_10.jpg?type=w2 티엔즈팡(田子坊)의카페 [Taste]. 점점 '포즈의 여왕' A를 찍는 맛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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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카페를 '구경만' 할랬는데, 커피까지 마시게 되어 버렸고

NaverBlog_20160418_011152_13.gif?type=w2 A는 신기한 어플로 나를 이쁘게 찍어줄려고 했지만, 아무리봐도 야바위꾼 같다
2016-04-15_124351.jpg?type=w2 내가 생각해도 잘찍은 A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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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멋 부린 사진도 찍어보고.

2016-04-15_144319.jpg?type=w2 용캉루(永康路)의 유명한 맛집 [hlk]에서 그 맛의 명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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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Blog_20160418_011401_17.jpg?type=w2 부드러운 에그 베네딕트에 혓바닥까지 다 녹을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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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cafe on-air]에 A도 홀딱 반했다. 너무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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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Blog_20160418_011420_20.jpg?type=w2 상하이 친구 V를 소개시켜주었다. 동갑인데 키도 비슷하다. 170의 거인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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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静安寺)징안스의 [Petit Jadin]. 현지인답게 세 명이서 7가지 메뉴를 시켰다. 거의 다 먹었다. 내가 몇 번이나 검증한 대륙의 맛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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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Blog_20160418_011431_23.jpg?type=w2 2차는 [Speak Low] 작은 가게 안의 책장을 밀면 비밀 통로와 함께 쌔끈한 바가 등장한다.
NaverBlog_20160418_011434_24.jpg?type=w2 칵테일을 마시며, 한국인 둘이서 중국인 V에게 '저속한 한국어 동사'를 가르쳐주었다. V가 한국에서 그걸 쓰지 않기를 바란다.
NaverBlog_20160418_011443_26.jpg?type=w2 A가 떠나는 날, 봄비가 왔다. 비가 오는 우캉루(武康路)는 더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NaverBlog_20160418_011452_27.jpg?type=w2 A가 가장 가고싶었던 카페 [1984 Bookstore]에 왔다. 비오는 봄날에, 이 카페는 가장 아름다웠다.
NaverBlog_20160418_011503_28.jpg?type=w2 '연필' 엽서와 공책, 책갈피를 사고 우리는 초딩처럼 신이났다. 색깔별로 다 수집할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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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부터 이상했다. 우리의 걸음 수가 달랐다.

3일 동안 분명 A와 내가 모든 곳을 함께 다녔는데.

매일 500보씩 내가 더 많았다. 왜일까.


생각 끝에 알아낸 슬픈 진실.

내가 A보다 9센치 정도 작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500보의 차이는 다리 길이의 차이였고, 보폭의 차이였다.

같은 거리를 내가 더 많이 걸으니,

내가 좀 더 피곤한 게 아닐까.


A가 돌아가고 다시 만 하루를 집에서 쉬었다.

쉰 목소리도 많이 돌아왔고

피로도 대부분 풀렸다.


그래도 우리가 나눴던 얘기는 그대로 남았다.

심하게 많이 어리지만, 묻어둔 내 이야기들을 들어줄 수 있는 손님이었다. 고마웠다.

나보다 9센치나 커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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