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진화하는 상하이 가이드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손님의 방문이란 보통일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보고 싶던 손님의 방문은 고되지만 보람차다.
나와 죽이 잘 맞는 사람,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사람, 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
살면서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손님이라면 사활이 걸린 경쟁 피티를 하는 심정으로 접대에 몰빵 할 수 있다. 얼마든지.
A는 운이 좋았다.
그녀는 '그런 손님'인 데다가, 내 가이드 실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기에 상하이를 방문했다.
이제 택시 기사나 식당 종업원의 돌발 질문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만큼 귀도 트였다.
게다가 우리 집 거실 바닥도 춥지 않을 만큼 날도 따뜻했다.
손님을 맞으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3박 4일은 너무 짧다.
원래 좋은 곳도 많은데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나 식당이 더 늘어나고 있으니까.
티엔즈팡(田子坊)의 기념품은 선글라스. 재밌고 특이한 선글라스를 사기로 했다. 가격도 99위안 (17,000원)!
이쁜 카페를 '구경만' 할랬는데, 커피까지 마시게 되어 버렸고
잔뜩 멋 부린 사진도 찍어보고.
내가 좋아하는 [cafe on-air]에 A도 홀딱 반했다. 너무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네.
(静安寺)징안스의 [Petit Jadin]. 현지인답게 세 명이서 7가지 메뉴를 시켰다. 거의 다 먹었다. 내가 몇 번이나 검증한 대륙의 맛집이니까.
여행 첫날부터 이상했다. 우리의 걸음 수가 달랐다.
3일 동안 분명 A와 내가 모든 곳을 함께 다녔는데.
매일 500보씩 내가 더 많았다. 왜일까.
생각 끝에 알아낸 슬픈 진실.
내가 A보다 9센치 정도 작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500보의 차이는 다리 길이의 차이였고, 보폭의 차이였다.
같은 거리를 내가 더 많이 걸으니,
내가 좀 더 피곤한 게 아닐까.
A가 돌아가고 다시 만 하루를 집에서 쉬었다.
쉰 목소리도 많이 돌아왔고
피로도 대부분 풀렸다.
그래도 우리가 나눴던 얘기는 그대로 남았다.
심하게 많이 어리지만, 묻어둔 내 이야기들을 들어줄 수 있는 손님이었다. 고마웠다.
나보다 9센치나 커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