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필소녀 Aug 23. 2016

카페 작업자들의 인연

Shanghai #80

하루 종일 작업을 할 수 있는 카페는 생각보다 드물다.

테이블이 너무 낮지 않고,

의자가 편하며, 

벽마다 콘센트가 있고,

(종업원이 나를 신경 쓰지 않게) 적당히 넓은 공간에,

화장실이 편하고,

적정한 실내온도까지.

이것을 다 갖출라 치면 동네에 널린 카페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입맛 까다로운 카페 작업자에게는

그래서 몇 안 되는 고정 카페들이 생긴다.

어제 5시간 넘게 있었던 카페에선

넉살 좋은 미국인 두 명

회의하는 중국인 두 명

일하는 스페인 언니 한 명과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했다.

우리는 서로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돌아가면서 고양이에게 집적댔다.

고양이 화난 거 아님. 저게 기본표정.

저녁에 짐을 챙겨 카페를 나오는데

먼저 갈게. 팀원들처럼 퇴근인사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오늘 '작업 카페'의 내 옆자리엔

어제 그 스페인 언니가 또 앉아있다.


너 오늘은 여기 왔네.

서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눈이 마주치자 우리는 살짝 웃었다.


그래, 하루 종일 작업하는 카페가 

다 거기서 거기지?

짧은 순간에 눈빛으로 그렇게 말했다.


수많은 인종이 모여있는 대도시에서 

수천 개의 카페 중에서

이틀 연속으로 만나

옆자리에 앉아

눈인사를 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인연인 걸까.


그러나 '까다로운 카페 작업자'라는 변수를 넣으면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너와 내가 이 세상에서 만나질 확률' 이란 게

그렇게 기적적이고 신기한 것 같아도

가끔 보면 '그렇게 만나는 것'이 

또 너무 쉽고 당연하다.


평생 우리는

어쩌면

만나게 될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