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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19. 2016

너무 이른 마지막

Shanghai #37

그러고 보니 벌써 10개월이다. 낯선 땅에 도착하여 집을 나서는 것마저도 두려웠던 그때,. 그녀가 나의 선생님이 되었고, 첫 번째 중국인 친구가 되었다. 시끄럽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중국어였는데, 그녀의 청아한 발음은 중국어에대한 편견마저도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공기반 소리반. 중국어에도그런 느낌이 있어서 신기했다. 그녀의 발음만큼 성격도 순수해서, 나는그녀를 많이 놀려먹었다.


에세이 숙제를 해갈 때도, 연습문제를 풀 때도, 나는 매번 엉뚱한(공룡, 외계인, 동성애, 외도 등의 비정상적)문장을 만들어갔다. 그녀가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하는 표정을, 나는 매우 좋아했다. 다른 언어를 쓴다 해도 '결국은 자기 같은 짓'을 하게 된다는 사실도 그렇게 깨달았다. 


그렇게10개월, 내가 매일 조금씩 입이 트여갔던 것과 달리, 선생님의인생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올해 서른, 한 살 연하 남을 사귄다던 그녀는 올해 초에는 결혼을 했고, 몇달 전 아이를 가졌고, 하루가 다르게 배를 키워가고 있었다.


아기를 낳으려면, 고향(西安)으로 돌아가야해요. 

왜요?여기서 낳아요. 아이 키우면서 수업도 계속 해요!

짝꿍Y와 일본인 Rui도 최근 몇 달을 같은 반으로 함께 해서 우리는 모두 그녀와 정이 많이들었다.


언젠가 그녀는 말했다. 시 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시다고. 자신이 돌봐드려야 하고, 그에게 첫 번째 손자를 안겨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상하이는 그들부부에게 너무 큰 도시라고 했다.


10월 초,떠나는 날짜가 정해졌고, 우리에게는한 달도 남아있지 않았다. 월요일 수업시간에, 선생님과모두가 함께할 홈 파티 날짜를 정하기로 했었다. 마지막이니까, 뭔가그녀를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선물도 주고 싶었고, 편지도쓰고 싶었다. 정말 그랬는데.


월요일 아침, 학원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우리는 같은 노선이라자주 그렇게 만났다) 그녀는 큰 배낭 하나를 메고 있었다. 눈은벌겋고 얼굴은 초췌했다.  

어제시아버님께서 돌아가셨어요. 


남편은 아침비행기로 먼저 출발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짐을 가득 담은배낭을 메고 학원으로 왔다. 우리와 마지막 수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몇주나 빨리, 갑자기 떠나게 되었지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오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와 인사를 하기 위해 한 시간도 넘는거리를 만삭 배보다도 훨씬 큰 배낭을 메고 왔다. 고마웠다. 그녀의 충혈된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만큼 고마웠다.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수업을 했다. 그녀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우리는 그녀가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타기 전에, 마지막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카페테라스를즐기기 좋은 화창한 날이었고, 이별하기 좋은 날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Jessie.. 낯설기만 했던 이곳에서, 오리 엄마처럼 각인되었던사람, 선생님, 친구. 언젠가그녀를 꼭 닮은 아이를 만나러 西安으로 가기로 했다. 

그때까지 건강히,안녕.


Jessie,时间过得很快。

真可惜这样离别。

我们在一起的这段日子,对我来说是一段有意义的日子了。

虽然那段日子再也回不来,但是我们的一片深情将永远蕴蓄在我心中。

我希望当你觉得累的时候,跟我们在一起的那段日子能够给你一点力量。

真愉快了。谢谢你了。

一定再见面吧! 



201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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