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카페로드_제2편] Moon Coffee Roasters
만약 누군가 이 곳을 방문한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카페에 우연히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 모두이 곳에 ‘찾아오는 것을 목적’으로 길을 나선 사람들이다. 주소를 정확히 안다 해도 카페 정문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바로 그것이 이 카페의 첫 번째 매력이다. 지도 앱을 켜고도 황당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카페를 찾아가는 길’의 소소한 어드벤처. 손에 쥔 주소의 숫자와 카페 건물의 숫자가 일치하는 순간 터지는 작은 성취감까지.
상하이 Heritage Architecture들이 속속 숨어있던 우캉루武康路의 길을 걷다 안푸루安福路로 들어선다. 안푸루는 십 년 전 즈음의 가로수길을 닮았다. 늘어선 가로수 아래로 작고 유니크한 샵들이 보석처럼 박혀있고, 길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즐길 수 있던 시절의 모습. 훼손되지 않은, 그리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 같은 풍경이 이 길 위에 있다. 그 길 어느 골목 안쪽에선 소풍날 보물 찾기의 ‘보물 쪽지’ 같은 카페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고.
막상 카페에 들어서면 카페라기보단 친구의 아뜰리에를 찾아온 기분이 든다. 커피라는 것에 매우 심취한 친구의 작업실. 성인 네 명이 들어가 앉으면 꽉 찬 기분이 드는 실내에는 테이블 두 개가 바짝 붙어있다. 하지만 커피를 만드는 테이블은 넓고 크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아니 여기는 원래 ‘커피 맛 내는 것’이 메인인 카페다. 주문한 커피 원두를 갈아 향을 맡게 해 주고, 핸드 드립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커피 너머 바리스타의 이야기까지도 궁금해진다. 가령 ‘어떻게 이런 곳에 카페를 시작했어요’ 같은.
하물며 함께 온 이와의 거리는 어떨까. 단언컨대 지금껏 나눈 이야기 중, 이곳에서의 말소리가 가장 선명하다. 작고 향기로운 공간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는,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솔직해진다. 골목 깊숙이 박힌 카페는 길가의 어떤 소음도 실어 나르지 않고, 낮게 깔린 음악은 마주 앉은 이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한다. 고개를 돌려보면 소소한 장식품마저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듯 보인다. 그렇게 이 공간의 모든 것들은 조금씩 더 가까워진다.
* Tips.
- 훈남 바리스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가 장 한가한 시간은 주중 오전 11시 즈음이다.
- 카페를 찾아가는 골목길의 라오 팡즈(老房子_중국의 오래된 집)의 정취가 낭만적이다.
- 카페 옆에 마당을 함께 쓰는 ‘플라워 스튜디오’가 있어, 들어서는 길에 꽃들이 만발하다.
- 마당에선 토끼를 키운다. 몸집과 다르게 shy shy shy 해서 사진은 창 너머로 찍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