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원에 당신만 아는 이야기를 두고 왔다'

[상하이 카페로드_제3편] CAFIX 카픽스

by 연필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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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원이 있는 집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길을 걷다 마주친 어느 집 정원을 한 번쯤 들여다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그 안에서 잠시 앉아 쉬어볼 수 있다면 들어오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 카페는 바로 그렇게 우리를 유혹한다. 길가 쪽 담장을 완전히 막아두지 않고, 슬쩍 보란 듯 철창 사이로 틈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패션으로 말하면 ‘시스루’다. 지나가던 이들이 철창 너머의 정원이 카페라는 사실을 발견하고선, 무엇엔가 홀린 듯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곳. 그 기분으로 무엇이든 이야기해버릴 것만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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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카페’는 노천카페와 비슷한 것 같지만, 그것이 가지지 못한 은밀한 정서까지 품고 있다. 노천카페가 ‘열린 밖’이라면, 정원 카페는 ‘닫힌 밖’인 셈이다. 세상 모두가 공유하는 해와 바람과 공기를 우리가 놓인 세계로 가두 어두는 장치다. 여기서는 길가의 풍경도, 세상을 감상하는 일도 잠시 멈추고 이 공간의 운치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생각해보면 ‘운치’ 있다는 말을 오랜 시간 잊고 살았다. 일상에 쫓겨 지워버렸던 단어들을 하나둘씩 떠올리기 시작하면, 궁금했던 오래전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어 물을 수도 있다. ‘그때 그랬더라면 지금 우리는 달라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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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가 있는 것은 이곳의 정원뿐만이 아니다. 커피는 신선한 원두향을 내지만, 이곳의 소품들은 오래된 향취를 뿜는다. 정원 한 켠에, 2층의 실내에 놓여있는 다양한 빈티지 가구들은 차곡차곡 담아온 세월의 아름다움을 전시한다. 오래된 것들은 모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품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시절 그것들과 함께했던 사람의 일상도 조금은 상상해볼 수 있다. 그들이 이 테이블에 턱을 괴고 앉아 나누었을 이야기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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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정원에 떨어진 낙엽들은 곧 치워질 테지만, 당신이 꺼내놓은 이야기들은 완전히 쓸려나가지 못한다. 오래된 철제의자, 나무 테이블의 틈새에 끼어 그것들의 일부가 된다. 빈티지 가구들은 오랫동안 그렇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먹고살았다. 밖의 세상이 시간을 빠르게 흘려보내고 있을 때, 정원 안쪽의 모든 것들은 시간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당신이 놓아두고 간 이야기는 그 시간의 어느 틈에서 영원히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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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s.

- 가을바람을 맞으며 정원의 낭만을 여유롭게맛보고 싶다면, 역시 주중이다.

-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 마주 앉은 이가 있을 때 더 아름다운 곳이다.

- 벨기에를 방문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와플은 주문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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