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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Nov 04. 2016

‘플라타너스 산책길의 가장 향기로운 쉼표’

[상하이 카페로드_제4편] Fumi Coffee 푸미커피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도 때때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어디선가 문득 나타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 자세히 들여다보며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고 싶은 사람. 결국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면 바람 같은 인연이었을지라도 말이다. 


여기 푸민루富民路의 길은 우리의 루틴한 일상을 닮았다. 소소한 샵들과 소박한 집들이 놓여있는 이 길에선 특별할 것 없는 매일이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불현듯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람’처럼 이 카페는 등장한다. 십 수년째 살아온 익숙한 동네를 걷다 우연히, 이웃집에 새로 이사 온 훈남을 마주친 기분이다.

이제 당신의 집 앞은 더 이상 십 수년째 알던 그 길이 아니다. 새롭고 낯선 하나의 존재는 그렇게 거리의 모든 공기를 바꾼다. 이 길에 들어선 하나의 카페가 이 거리의 느낌을 바꿔놓았듯이. 


1년 전까지만 해도 푸민루의 한가운데에서 발걸음을 멈출 일은 없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볼 일도. 아니 이 길의 이름을 외워두어야 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등장하자마자 모든 산책가의 쉼표가 되어버린 곳. 푸민루(Fuminlu)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카페. 그래서 이름도 ‘fumi’ coffee다. 

길을 걷던 당신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반짝이는 비알레티 모카포트다. 카페의 열린 파사드 너머 한쪽 벽면을 장식한 빛들. 그 빛에 홀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제껏 진한 에스프레소만 품었던 수 십 개의 모카포트들이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머리 위에선 천장이 검은 파도처럼 일렁이고, 그 아래선 은빛 메탈 테이블이 앉아있는 이들을 주인공처럼 비춰준다. 지나가는 이들을 카페 안으로 초대하기 좋은 외모다. 하지만 정작 초대손님을 이곳에 머무르게 하는 건 향기다. 이 작은 공간의 실질적인 주인공. 길가에서부터 시작되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단번에 커피 수준을 짐작하게 하는 진하고 향기로운 원두 향.

카페의 창은 안과 밖의 경계가 없다. 길가 쪽 의자에 앉아 카페 안을 바라보는 것도, 창가 의자에 앉아 경계 밖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모두 매력적이다. 때론 길가 쪽으로 낯선 이가 마주 앉기도 하지만, 그렇게 새 친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언제나 흥미로운 이방인이고, 이 곳은 왠지 마음을 열어두어도 좋을 것 같은 곳이니까. 경계 없는 이곳의 창이 활짝 열어 보여주듯이. 

* Tips.

- ‘열린 창’ 카페가 늘 그렇듯, 비 오는 날 분위기가 더 좋다

- 기본적인 커피 맛이 훌륭하지만, 그 외에도 Creative한 커피 메뉴들이 준비돼 있다

- 빛나는 실버 메탈 테이블 위에서 셀카를 찍으면 테이블이 반사판이 되어준다

- 영어로 주문뿐만 아니라, 원두에 관한 많은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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