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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Nov 08. 2016

‘상하이 오후를 걷다가, 유럽의 저녁에 도착했다’

[상하이 카페로드_제5편] Citizen 시티즌 카페

상하이를 걷는다는 것은 평지 산책의 즐거움을 깨닫는 것이다. 수많은 상하이의 길 중에서도 프랑스 조계지를 걷는다는 것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도 차갑게 무관심했던 빌딩 숲의 거리를 떠나, 사계절 변화무쌍한 자연을 만끽하는 일이다. 


이 카페로드의 길이 그렇다. 경사로 하나 없는 평지 길의 여유로움. 바닷가 절경이 있는 것도, 이름난 건축물이 늘어선 것도 아니지만 오히려 길 자체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곳. 상하이의 푸동이나 와이탄이 당신의 눈을 사로잡았다면, 이 길은 당신의 지친 영혼을 느슨하게 풀어놓는다. 

진시엔루进贤路는 프랑스 조계지의 수많은 길 중에서 가장 짧고도 흥미로운 길이다. 길가 초입에서부터 지나가는 이들에게 검문하듯 말을 거는 화려한 앵무새를 만난다. 양 옆으로는 현지인들에게 소문난 로컬식 맛집과 세련된 옷가게, 빈티지 소품샵이 줄지어 늘어서있다. 


그런데 몇 발자국 뒤, 요즘식으로 치장한 옷가게들을 지나고 나면 전혀 '힙'하지도 '트렌디'하지도 않은, 한 장면이 나타난다. '멋'이라는 것이 서있다.는 느낌. 블랙의 클래식한 아우라를 뿜는 곳, 바로 시티즌 카페다. 

문을 열고 마주치는 풍경은 묵직하다. 낮은 조명 아래 놓인 다크 그린의 벽과 브라운 가죽 소파에 몸을 맡기고 싶어 진다. 머리 위로는 소파와 데칼코마니를 이루려는 듯 브라운 톤의 굵직한 재즈가 흐르고 있다. 밖의 세상이 ‘한없이 가볍고, 재빨리 흘러가는 요즘의 것들’을 추구하고 있을 때, 이곳은 변하지 않는 멋에 대해 이야기한다. 


느닷없이 시공을 초월하여 유럽 어느 오래된 도시의 골목 바에 들어온 기분이다. 서양인들이 가득 차 있는 장면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그 모습 이바로 이 도시의 진정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모든 인종이 함께 모여 하이브리드적 분위기를 완성한 도시, 상하이니까. 

아직 해가 지기 전이라면 커피 한잔,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다면 그 색을 닮은 칵테일 한잔도 좋다. 2층에 마련된 작은 테라스 테이블에서 상하이의 선셋을 감상한다면, 오늘 하루가 잊지 못할 한 장면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만약 마주 앉은 이에게 망설이던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을 꺼낼 결정적 기회다. 하지만 기어이 묻어둔 채 오늘의 산책을 마감해도 괜찮다. 제시와 셀린의 선셋처럼 긴 이야기 없이 서로 마주 보기만 해도, 그 시간은 충분히 아름답다. 




* Tips.

- ‘좋은 카페의 완성은 음악’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말없이 앉아 음악만 들어보자

- 카페/바/비스트로의 모든 기능이 있다. 분위기 있게 저녁을 먹는 것도 좋다

- 현지인들의 여러 테이블에 ‘鸡翅’(닭날개) 요리가 놓여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모든 주문과 서비스가 영어로 가능하다. 사실 시내 모든 카페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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