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Studio29 #41
우리 팀은 주기적으로 나무를 심는다.
중국 환경단체의 힘을 빌어
황사가 시작되는 중국의 사막 끝자락에
'비타민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우리 팀의 Y는 먼지 알레르기 비염이고
V 또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비염을 갖고 있고
나는 작년에 천식 판정을 받았다.
우리 셋이 함께하는 일은,
바로 그 지점으로부터 출발했다.
'파란 하늘' 아래서 숨 쉬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고 미약하지만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언젠가 조금 나은 곳에 다다르지 않을까.
우리가 마시는 공기도
우리가 시작한 일도.
3월 25일은 작업실에서 우리 팀의 정기회의가 있는 날.
그리고 WWF와 함께하는 [Earth Hour] 데이.
지구를 위해 한 시간 소등 캠페인을 하는 날이다.
의미 있는 날을 맞아 우리 팀 제3의 멤버
'Li 여사님'까지 출동하셨다.
어떤 모양이든 눈으로 스캔하면
손으로 생산되는 손뜨개 수공예 장인계의 대모.
우리가 '나무'와 관계된 일을 한다고 하여
나뭇잎 모양의 컵받침을 뜨고 계시다.
몇 시간 만에 은은한 단풍잎 꽃받침들이
순풍순풍 태어난다.
사실 무엇이든 받쳐보세요. 받침이다.
컵받침, 캔들, 냄비받침, 수세미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심지어 우리 Li 여사님의 정성이 토핑 되어 있다.
우리 팀 회의가 마무리될 무렵
소등 타임 8:30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업실의 모든 불을 끄고
버려진 나뭇가지들과 천연 소이 왁스로 만든
나무 캔들에 불을 붙였다.
작은 소품들 하나하나에 우리의 마음이 들어가 있다.
마치 이 날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플로리스트 J의 캔들과 우리 팀의 캔들이
한데 모여 불을 밝히자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촛불의 힘은 강하다.는건
내 나라 안의 일만은 아니었나 보다.
나라 밖에서도 촛불은 지구를 지키고,
우리들의 시간을 더 아늑하게
서로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꽃보다 나무를 더 좋아하는 나에게
이런 털털한 캔들은 정말이지 취향저격.
밤 시간에 달달한 것을 먹으면
낮보다 더 높은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철저히 (내)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실.
상하이 피플 V의 놀이는 언제나 아방가르드 하다.
나는 늘 그녀를 찍고, 그녀는 내 카메라 속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자연스럽다.
그것이 우리가 여전히 함께하는 이유겠지.
한 시간 후,
다시 전등이 켜지고 대낮처럼 밝아지자
신데렐라의 12시처럼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마법이 풀린 것처럼 서로의 얼굴은
너무 정확하게 드러났고,
촛불 주위로 집중되었던 우리의 목소리들은
환한 공간에서 큰 소리로 퍼졌다.
'한 시간 소등'의 장점은
지구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문득 이 지구의 누군가들이
서로의 시간 속에서 순차적으로
불을 끄는 모습을 상상했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그 광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어느 노래의 리듬처럼
느껴지진 않을까.
오늘 우리가 어둠 속에서 함께 들었던
그 아름다운 노래들을
마치 지구가 부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3월 25일 @studio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