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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30. 2017

earth29_Earth Hour의 아름다운 한 시간

The story of Studio29 #41

우리 팀은 주기적으로 나무를 심는다.

중국 환경단체의 힘을 빌어 

황사가 시작되는 중국의 사막 끝자락에

'비타민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우리 팀의 Y는 먼지 알레르기 비염이고

V 또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비염을 갖고 있고

나는 작년에 천식 판정을 받았다.

우리 셋이 함께하는 일은,

바로 그 지점으로부터 출발했다.

'파란 하늘' 아래서 숨 쉬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고 미약하지만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언젠가 조금 나은 곳에 다다르지 않을까.

우리가 마시는 공기도

우리가 시작한 일도. 


3월 25일은 작업실에서 우리 팀의 정기회의가 있는 날.

그리고 WWF와 함께하는 [Earth Hour] 데이.

지구를 위해 한 시간 소등 캠페인을 하는 날이다.


의미 있는 날을 맞아 우리 팀 제3의 멤버 

'Li 여사님'까지 출동하셨다.

어떤 모양이든 눈으로 스캔하면 

손으로 생산되는 손뜨개 수공예 장인계의 대모.


우리가 '나무'와 관계된 일을 한다고 하여

나뭇잎 모양의 컵받침을 뜨고 계시다.

몇 시간 만에 은은한 단풍잎 꽃받침들이 

순풍순풍 태어난다.

사실 무엇이든 받쳐보세요. 받침이다.

컵받침, 캔들, 냄비받침, 수세미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심지어 우리 Li 여사님의 정성이 토핑 되어 있다.


우리 팀 회의가 마무리될 무렵

소등 타임 8:30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업실의 모든 불을 끄고 

버려진 나뭇가지들과 천연 소이 왁스로 만든 

나무 캔들에 불을 붙였다.


작은 소품들 하나하나에 우리의 마음이 들어가 있다.

마치 이 날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플로리스트 J의 캔들과 우리 팀의 캔들이 

한데 모여 불을 밝히자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촛불의 힘은 강하다.는건 

내 나라 안의 일만은 아니었나 보다.

나라 밖에서도 촛불은 지구를 지키고,

우리들의 시간을 더 아늑하게

서로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꽃보다 나무를 더 좋아하는 나에게

이런 털털한 캔들은 정말이지 취향저격.

밤 시간에 달달한 것을 먹으면

낮보다 더 높은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철저히 (내)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실.

상하이 피플 V의 놀이는 언제나 아방가르드 하다.

나는 늘 그녀를 찍고, 그녀는 내 카메라 속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자연스럽다. 

그것이 우리가 여전히 함께하는 이유겠지.


한 시간 후,

다시 전등이 켜지고 대낮처럼 밝아지자

신데렐라의 12시처럼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마법이 풀린 것처럼 서로의 얼굴은

너무 정확하게 드러났고,

촛불 주위로 집중되었던 우리의 목소리들은

환한 공간에서 큰 소리로 퍼졌다.

'한 시간 소등'의 장점은

지구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문득 이 지구의 누군가들이

서로의 시간 속에서 순차적으로 

불을 끄는 모습을 상상했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그 광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어느 노래의 리듬처럼 

느껴지진 않을까.


오늘 우리가 어둠 속에서 함께 들었던

그 아름다운 노래들을

마치 지구가 부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3월 25일 @studio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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