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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19. 2016

나없이도 일은 잘돌아간다

Shanghai #44

토요일에 '한,중,일 언어 교류회'가 있었다. 

3국의 젊은이들이 만나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만남이다. 나는 알바생이자 참가생으로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콜라/스프라이트도 따라주었다. 사람이 그날따라 많아서 60명 가량이 모였다. 3국의 언어가 차고 넘쳐 그걸 듣고 있기만 해도 영혼이 탈출할 것만 같았다.그래서 알바생도 다섯 명!


나는 대화하면서, 콜라를 따르면서, 동시에 웃음을 날리면서, 그렇게 전쟁을 치르고 있었는데. 헐. 

정신차려보니 5명의 알바생 중, 나 혼자만 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뭐야 중국인들 정말 이러기야?!' 그러면서 분노가 급 송출. 나는 성실한 알바생에서 순간 지난날의 '빡치는 김부장'으로 급 변신하여,대륙의 알바생들을 싸잡아 속으로 비난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주변에 맴돌며 나를 지켜보던, 어떤 참가자가 내게 이런 말을 한다.

"너 한국에서 어떻게일했었는지 딱 알 것 같애. 회사에서 너 같은 사람 좋아했을 거야. 

이용해먹기좋잖아. 잘하네! 열심히 하네! 이것만 해주면 되니까."


어? 뭐? 순간 나는 굳었다. 아니 콜라 따라주는 알바를 하고 있는데 그런게 느껴져? 그런데 그때 저쪽에서 놀고만 있던, 중국인 알바생이 내게 하는 말. 너도 좀 놀아, 지들이 알아서 먹으라고 해. 


뭐?

나는 화가 난 건지 당황스러운 건지 알수 없어 잠시 화장실로 피신했다. 그리고 잠시 후 돌아갔더니 자연스럽게 내 자리에 일하고 있는 중국인알바생. 뭐야 나 놀아도 됐던 건가..


그래 맞아. 나는 한국에서도 이렇게 일한 것 같아. 스스로 나서서 일하면서 즐길 줄도 모르고, 놓을 줄도 모르고, 분노하다가 셀프로 지쳐서 말이야.. 콜라 하나 따르는 것마저도 나 없이 이렇게잘 돌아가는데.



그러고 보니까 정리도 줄 맞춰 했네. 병이다 병.


201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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