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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19. 2016

위로의 브런치_상하이 낭만 카페 [Black Bird]

Shanghai #51

이 카페가 요즘 핫하다고, 상하이 친구 Mary가 말했다.

어김없이 우리는 반응한다. 그럼 가봐야지.


대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는 서른즈음 여자들에게 '분위기 좋은 카페'란 일종의 소개팅 남자, 혹은 그와의 연애활동과도 같다. 진짜연애를 하고있든 없든, 그들은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꿀같은 주말을 그곳에 바칠 준비가 되어있다. 카페에는 일상에서 언젠가 사라져버린 우아함이 있고, 돈으로 살 수 있는 달콤함이 있다.

그래서 회가사 똥밭일수록 일상이 우중충할수록, 이런 꽃밭에서 날리는 (월급)꽃잎은 황홀하다.

가끔 카페가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 것으로 밀당을 하면, 그들은 새 카페를 찾아내며 자존심을 세운다. 무엇보다도 '진짜 소개팅'처럼 부질없는 감정소비가 없다는 것이, 이 '건전한 연애활동'의 가장 큰 미덕이기도 하다.


요즘의 Mary에게는 사실, 진짜 소개팅 남자가 필요한것같지만.

삼십몇년만에 찾아온 혹한이라며. 왜 이렇게 다들 나왔지. 웃풍이 부는 카페입구에서 한시간을 기다렸더니 이게 식욕인지 전투력인지 알수가없다.

요즘 카페 인테리어의 가장 큰 포인트는 꽃과 조명인것같다. 잘생긴 바텐더 오빠가 상주한다면 더할나위없다. 

딱히 크게 하시는 것 없이 '정통 서양의 맛'에 일조하시는 비주얼 

우리집에 저 동색 후라이팬만 있다면 왠지 스크램블은 저절로 될 것 같고.

팬케이크에는 그냥 바나나보다 '구운 바나나'가 훨씬 잘어울린다는 고급정보를 얻었다.

바삭하게 익은 겉면과 달리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와 폭폭한 계란이 가득차있다. 치즈 알러지인 나에게는 그림의 떡

간단하게는 스크램블에그와 식빵의 조합인데 나는 영원히 못낼것같은 맛이다. 나는 다음에 가서도 이걸 또 먹을 것이다.

그 지난주에 메리는 남친과 헤어졌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타이밍이 안맞았던 그들의 연애는 상하이 혹한과 더불어 그녀를 시리게 했다.


이미 결혼한 두명의 친구들은, 이제 그런 연애를 담담하게 조언해줄 수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감정으로 자꾸만 눈빛이 울렁거렸다.


'국어'를 잘하는 중국인으로서, 주말에 중국어 과외 알바를 하고

외국계 회사를 다니며 영어를 잘하는 것도 모자라 

시간을 쪼개 스페인어를 배우며

하프마라톤에 도전하고

기타를 치면서 예쁘게 웃기까지 하는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지 않을리 없다.


다만 그때까지

주말의 우아하고 달콤한 브런치를 종종 함께 하는 것으로

그녀를 달래야겠다.


곧 봄이오면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의 브런치 카페 [Black Bird]는 

넓게 펼쳐진 통유리 창으로부터

낭만이 폭발할 것이므로. 


201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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