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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19. 2016

숨쉬기 좋은 날이네

Shanghai #52

제주도에서 상하이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태어나 수십년만에 내가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란것을 알게되었는데

마음대로 산책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니.


하지만 남쪽나라 상하이는 비교적 공기가 좋은 곳이고

유사시를 대비해 필터달린 쓰리엠 마스크를 상비하고 있으며, 

든든한 의사선생님으로부터 3개월치 약도 받아왔다.

무엇보다도 겨울이 물러가고 있다.


상하이는 어제 무려 20도 였다.

어느때보다 '추웠던 제주도'에서 돌아온 나를 위로라도 하듯이

따뜻했고, 공기도 좋았다.

한낮, 카페로 가는길에 동네의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가며 마음껏 숨을 들이마셨다.

공원 안 가득 펼쳐진 초록색들을 보니, 여기서 좀더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내가 서울살이를 시작할 때,

고향의 친구들과 식구들은 걱정했었다.

서울은 춥고 공기도 안좋고 바다도 없이 답답할텐데 괜찮겠느냐고.


나는 그때, 지금 나를 가장 답답하게 하는 건 

바로 제주도라고 생각했다.

드넓은 수평선을 바라볼때면 시원하다는 생각보다 저 너머의 세상이 더 궁금했다

제주도는 바다에 갇혀있어. 탈출해야돼. 

여고생이었던 친구들과 나는 종종 그런 말을 했다.

얼마후 결국, 탈출에 성공했다 .


그렇게 근 20년을 서울에 살았다.

그리고 상하이에서 1년.

내가 두고온 그곳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다시 묻는다.

상하이에서 사는거 괜찮겠느냐고.


내겐 이제 스무살의 무지도, 열정도, 건강도 없어서

정말 괜찮을지 사실 잘 알수가 없다.


하지만 여기에 내 일상이 있고

새로운 목표들이 있고

든든한 파트너가 있다.


하루하루 몸과 마음을 잘 챙기다보면

그럭저럭 잘 살아내지지 않을까. 그저 그렇게 바래본다.


카페에서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창가에 앉았다.

공기가 좋아서 창문을 활짝열고, 노을이 지고 밤이 찾아오는 광경을 오래 지켜보았다.


밖의 세상이 온통 선명했다.

이제 다시 일으켜세워야지. 움직여야지.

그 풍경들이 선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2016.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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