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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19. 2016

전문가와 함께한 상하이 카페투어

Shanghai #53

K를 만나기로 했다.

같은 취향이 있는 사람.

취향을 취미로 그치지 않고 꼼꼼하게 발전시켜 

인생의 한 페이지에 수놓으려는 사람.

생각과 아이디어만 가득한 나와는 달리

액션!이 있는 사람.


상하이 인근도시 지아싱(Jiaxing)에 사는 K는 

주말을 맞아 그의 고상한 덕후질인 '상하이 카페투어'에 나섰다.

나는 오늘의 투어 파트너.

K는 전문적인 지식까지 보유한 덕후이니 내가 배울것이 많았다.

그런 의미이에서 오늘의 가이드는 매우 의미있었다고 하겠다.


나와는 '카페'덕후로 통하고, 멀더와는 '비즈니스'로 통할것 같아 셋이 함께 만났다. K가 가보고싶어하던 [Rachel's] 버거집에서. 

엄밀히 말하면, 나는 햄버거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이 곳을 좋아한다. 식당때문에 햄버거가 좋아져버린, 자연스런 입맛성형의 케이스다.

새로생긴 페이유에 매장에 K를 데려갔더니 너무 좋았는지 중국인 직원에게 '너 이뻐!'를 다섯번 날렸다. 깎아주진 않았다. '씨에씨에'를 다섯번 들었다. 

좋은 신발은 주인을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고 했다. 이 신발이 K를 곧 상하이로 데려와 주기를. 그가 좋아하는 이곳을 마음껏 걸어볼 수 있게.

상하이 카페투어 첫번째 명소는 [白鸡咖啡(Paloma Cafe)]말하자면 비둘기 카페. 스페셜티 커피를 만드는 곳이었다. 

 아담한 정문과는 다르게 내부는 작지 않은 두 파트로 구분돼있다. 이쪽은 큰 테이블이 있는 파트, 반대쪽은 1~2인이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상하이에서 처음으로 케냐AA를 맛보았다. 무겁고 다크한걸 좋아하는 나의 훼이보릿. 여기껀 조금 가볍다. '흰 비둘기'에 좀더 어울리는 맛이랄까 

맛있어보이는 롤케이크를 여러테이블에서 먹길래 우리도. 보이는것보다 더 맛있었다. 빵이 너무 부드럽고 촉촉해서 씹기도전에 녹는느낌

카페투어 2차는 샨시난루(陕西南路)의 [COFFEE BELT]. 술집도 아닌 카페를 2차 3차로 가보다니. 역시 덕후만이 할수있는 일이다.

이 카페에서 사실 가장 좋았던건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조명이었다. 저 도토리 4종을 따와서 우리집 천장에 달아놓고 싶다. 

뭔가 짜친데 뭔가 귀엽다. 해가떠도 비가와도, 조명이 켜져도 조명이 꺼져도 하루종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개님. 

마지막으로 원두를 사기위해 들른 카페 [Beautiful Coffee]. 원두는 사지 못했지만 대신 K는 커피에 대해 여러가지를 물어보았다. 


사실 K의 능력은 다름아닌 

'지구의 어느 인종과도 가장 빠른시간에 친구되기' 였다.

그는 어떤 카페에 가서든, 누구에게든, 서슴없이 질문을 던지고

모르는 카페에 전화해서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으며

(나는 아직까지도 전화 중국어에 대한 공포가 있다)

말하고싶은대로 일단 던져보는 사람이었다.

중국어는 이제 4개월차인데!


외국 생활을 오래해서 그럴수도

20대 젊은이라 그럴수도

태생이 그럴수도 있다.

어떤 이유가 됐든, 괜찮은것을 가졌다.


K는 내가 '여러 아이디어가 있는 것'이 좋아보인다 했지만

나는 K의 '일단 하고보는 태도'가 부럽기도 했다


실행되지 않는 아이디어는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광고를 만들때도, 광고를 만들지 않을때도 

나는 너무 잘 알고있다


불면증이 종종 오는 요즘,

"잠이 안오면 무슨생각하세요"라고 물었던 K에게

'뜻하지 않은 인생계획'이라고 말했었다.


밤마다 세우고 리뉴얼했던 인생계획에서

몇개만, K처럼 화끈하게 실행해도

내 인생은 내년쯤 저만치 달려가 있지 않을까.



오늘 그리고, 카페투어로 얻은게 하나 더 있었다.

병약한 호흡기를 핑계로 걷지 않던 날들이었는데,

요즘 일상의 유일한 '목표 초과달성'

만 사천보.


2016.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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