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nghai #57
상하이에 사는 누군가라면 한번쯤.
대낮에 친구를 만나기로 한다
딴데보단 안푸루(anfulu_安福路)가 좋다.
밥보단 커피가 좋다.
혼자보단 둘이 좋다.
셋보다도 둘이 좋다.
둘이 딱 좋다.
주중이면 더 좋고
날이 따뜻하면 더 좋다.
걸을 시간이 좀 있다면 더 좋다.
그 친구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더 좋다.
꽃까지 좋아하는 취향이면 더 좋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친구면 더 좋다.
둘 중 길눈이 밝은 이가 있으면 더 좋다.
골목길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더 좋고
동네 고양이와 아이컨택을 즐긴다면 더 좋다.
이 모든 조건이 맞아준다면
이 곳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카페다.
카페를 나서면
커피향이 잔잔히 배인 기분으로
그 동네를 천천히 걸으면 더 좋겠다.
커피집 하나 만으로도
그 하루가 아름다워지고
상하이가 한뼘 더 좋아지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우리는 둘이 아니라 넷이었다.
좁은 카페에 테이블 두개를 붙이고 앉아서
카페 한 면을 다 차지해버렸다.
그래도 좋은날이었다.
2016.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