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필소녀 Mar 27. 2016

이달의 학생 상

Shanghai #63

웬만해선 학원 수업을 빠지지 않는다.

회사를 하루 빠질때는 묘한 쾌감이 있었는데

학원을 하루 빠지면, 학원비보다 더 아까운 무언가를 놓치는 기분이 든다.

'중국인과 마주앉아 문장을 교정받아가면서 이야기를 해볼 기회'가 적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학원 수업이 끝나면 12시.

회사를 다닐때는 12시에 점심을 먹고 오후부터 사실상 업무가 시작되는데,

학원은 오늘의 가장 중요한 할일을 마치고도 한나절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 열심히 다니는 것도 있다.


물론 내 중국어는 '이 어설픈 정도의 열심'으로 재빨리 늘지는 않는다.

선생님은 좋아지고 있다고 늘 말하지만,

솔직한 성격의 상하이 친구는 언제나

'너 발음 왜케 구려'같은 말을 정확한 중국어로 내뱉는다.


수업이라도 잘 나가야지 어쩌겠어.

직장이라고 생각해.

뭐 그런 심정으로 루틴해진 학원이었는데,


느닷없이 주어진 작은 보상.

사실상 아무 의미없지만, 학원의 [이 달의 학생]으로 선정되었다.작은 선물도 받았다.


학원의 이런 소소하고 뻔한 마케팅에 속을 내가 아니지만,

속았다. 중학교때나 봤던 코팅지였는데도 기분이

괜찮았다. 선물로 받은 도자기 종지의 모서리가 깨져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중국에선 모서리가 깨진건 좋은 의미다.


선생님과, '이 달의 학생'으로 함께 선정된 같은반 Y와

인증샷도 찍었다.

그 사진은 학원의 또 다른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다.

그것보다 더 마음에 안드는 것은,

그 사진 속의 내 얼굴이 구리다는 사실이다. 눈이 또 없다.


그러나 가장 큰 함정은 따로 있었다.

학원에서는 '이 달의 학생'으로 선정된 우리에게 설문지를 부탁했다.

웃으며 흔쾌히 응했는데 메일을 열어보니 허걱.

질문이 너무 많잖아욧.

아놔 주말에 해야할 교과서 숙제도 엄청 많은데!



저기 혹시...수상 거부 가능합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발로 뛰는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