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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26. 2016

발로 뛰는 하루

Fabric Market_Shanghai #62

패브릭 마켓에 가기로 했다.

기획을 하고, 컨셉을 잡고, 아이디어를 내고, 카피를 쓰고, 디자인을 도운 후,

발주를  낸다. 나에게. 우리에게.


오더를 셀프로 주었더니 할 일이 많다.

하는 김에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서 패브릭 마켓을 직접 찾았다.

인터넷에서 뒤지고, 친구에게 묻고, 길거리 상인에게 물어물어 갔지만

결국 귀신의 숲처럼, 홀린 듯 제자리로 걸어 돌아왔다.


마켓 방문 후, 헬스장을 가려고 운동복을 안에 입고 왔는데

마켓 방문 도중, 이미 러닝머신을 백분 뛴 것처럼 다리가 후달렸다.


찾은 마켓 중 대부분은 우리와 상관없는 시장이었지만, 허탕은 아니라고 믿는다.

철저한 준비 없이 이렇게 마구잡이로 돌아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애초에 많이 걸을 것이 예상되어 길거리에서 바오즈를 뜯어먹었다. 이게 언제부터 이렇게 꿀맛이었지.

 그러나 우리에게 좋은 팁이 될만한 시장도 발견했다.

언젠가 지금의 프로젝트를 더 키워볼 수 있을 때 재미있는 디테일을 줄 곳이다.


가려던 모든 시장은 저녁 5시에 모두 문을 닫았다.

상하이의 원단 시장 상인들은 다들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나 보다.

덕분에 우리도 5시에 모든 시장조사를 (강제로) 마칠 수 있었다.

사실 조금만 더 걸었다면, 원단을 뜯어먹었을지도 모른다.

샨시난루 iapm쇼핑몰의 인기식당 'waipojia(外婆家)'


Y의 나름 우아한 모습과 우리의 진짜 상황은 사뭇 다르다.


우리는 익숙한 동네로 돌아와 식당으로 직진 돌진했다.

좋아하는 메뉴를 일사불란하게 주문하고는

일식 교자부터 볶음밥까지 좀비처럼 해치웠다.


이상도 하지.

카피라이터일 때는 일에 몰두하면 밥맛이 없어졌는데

여기서는 일을 열심히 할수록 식욕이 폭발한다.


트레이닝복을 갖춰 입고 운동용 타이즈와 러닝슈즈를 신고

패브릭 마켓을 돌고 돌았더니

다행히 발은 편했지만 (사랑해 나이키)

스포츠 브라가 하루 종일 나를 옥죄어서

등짝에 담이 걸렸다.


저녁을 먹고 헬스장은 가지 않았다.

집으로 직진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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