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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19. 2016

‘우리동네’의 봄

Shanghai #27

오래 전부터 목련을 좋아했다. 

겨울의 혹독함에순종해질 무렵, 동네 어느 부잣집 담 너머 하얗고 봉긋한 꽃봉오리들이 터져있으면나는 겨울 노예에서 탈출한 듯 기뻤다. 얼마지 않아꽃들은 처참하게 전사하여 땅에 늘어졌지만 그리고, 봄이오는 거였다.그들은 겨울지옥에 나타나 내가 죽어야봄이 온다며 자신을 희생하는 고귀한 순교자 같았다.


우리동네.라고 말하면 언제나 아련한 강남구 논현동 110번지 골목에는 작년처럼목련이 피고 졌을까.

누군가도 그때의 나처럼 그렇게 황홀했을까. 남의 집 담벼락 앞에서, 인생의 꿈을 '마당에 목련나무 하나 심는 것'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누군가도 나처럼 했을까.


상하이 우리 동네.에는 목련나무가 없다. 여긴 매서운 겨울이 없어서 찬란한 봄도 없는기분이다.

그래도 봄은 좋다. 찬란하지 않은 그냥 봄.이라도 좋다.

                               
 

집에 돌아오는 길, 목련이 없는 봄에 느닷없이 벚꽃이 등장했다.

봄 꽃은 그것대로 이뻤다. 고마웠다.


우리 동네에 벚꽃이 막 피었어.라고 남편에게 말하는데, 

벚꽃보다 우리 동네.라는 말이 왠지 더 좋았다.


201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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