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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Apr 11. 2016

보통의 몸, 보통의 토요일

상하이 봄 카페

가이드와 몸살감기는 패키지 상품인가보다.

손님이 왔다가면 어김없이 몸살이 온다. 

손님과 똑같이 다니는데, 왜 돌아간 친구는 멀쩡하고 나는 드러눕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엔 감기 시작 후, 24시간 수면을 강행하고 몸살을 털어냈다.


몸살 없는 보통의 몸을 얻으니

또 다시 걷고 싶어졌다. 

창밖에는 봄이 꽉 차 있었다.

마침 토요일이 도래했고.


토요일에 J가 찾아냈다는 낭만적 카페를 함께 방문했다.

[CAFIX]

창러루(长乐路) 한적한 길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낭만이라면 좀 안다는 듯

마당을 한껏 열어제치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여기는 봄에 가장 이쁜 곳인것 같애. 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손님이 없을때가 제일 이쁜 카페예요. 라고 J가 말했다.


사진을 몇장 찍어놓은 것을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녀의 말이 맞았다.

J가 인스타에 올린 '손님 없는 카페 사진'이 가장 이뻤다.

아메리카노는 나름 신선했다. 하지만 와플은 아무래도 식용은 아닌듯하다. 딱딱한 텍스쳐가 입천장을 사정없이 어택했다.


누군가 봄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레몬 소다수'라고 써있었던 이것을 추천한다. 여름날 연초록 풀잎에 떨어지는 단비같은 맛이다.  


J와 N과 함께 카페를 즐긴 후, 동네를 걷다가 길건너 어떤 쌔끈한 카페를 발견했다. N이 먼저 가로질러 가고

J도 따라 길을 건넌다. 횡단보도는 없다. 우리는 여기서 이런 사람들이 되었다.

멀리서도 벽쪽의 장식이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비알레티로 만든 조명이었다. 천장도 벽 못지 않게 멋스러웠다. 커피 시식은 다음으로 미뤘다. 

카페를 2연타 방문하기에는 밖이 너무 좋았다. 우리는 한참을 더 걸었다.  

며칠전에 J도 손님을 받았다. 그녀의 엄마와 이모였다. 


J가 토요일에 종일 쇼핑백을 들고 다니더니만,

결국 그 쇼핑백은 나에게로 올 것이었다.


한국에서 온 양식을 내게 나눠준 것도 고마운데

만나자마자 주었으면 편했을 것을, 

종일 들고다니다가 헤어질때서야 내 손에 쥐어 주다니.


집에가서 그녀가 건네준 '한국의 맛'을 시식해 보았다.

짜왕은 아는 맛이니 그렇다치고. 

그나저나 말랭이 엿구마.라니 처음 보는 음식이잖아.


너무 하찮은 것이에요. J는 분명 그렇게 내게 건넸는데

이럴수가. 

이름도 생소한 말랭이 엿구마의 맛은 실로 위대했다.


쫄깃하고 달짝한게 식감도 좋아서

한번 씹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는 중독적인 맛이었다.


멀더와 하나씩 사이좋게 꺼내먹고는

이내 비어버린 봉지를 하릴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휴대폰 메모장에다 그 이름을 적었다.


[한국가서 사올 품목] 폴더에는

그렇게 또 한줄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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