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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씨 Oct 22. 2020

모르는 것을 아는 것

짧아도 괜찮아 9



생각하는 대신 존재를 향유하십시오.
-틱낫한의 <포옹>


스스로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줄 알았다. 노력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요가로, 명상으로, 백팔배로, 수많은 책으로...
하지만 조금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을 멈추고 지금으로 돌아오라"는 메시지에 질문이 꼬리를 문다.

"어떻게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죠?"
"어떻게 멈추고 어떻게 돌아오나요..."

사실은 조금도 모른다. 매순간 끊임없이 생각을 한다. 설거지를 하며, 걸으며, 아이와 놀아주며, 여행지에 와서 좋은 경치를 보면서도. 멈출 수 없다. 방법을 모른다.
모른다는 걸 안다. 어쩌면 거기에서 무언가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에서 정확한 답을 구하는 것보다 정확한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오늘 이 마음을 기록한다. 모르는 것에 대한 기록. 이것이 어떤 출발이 될 수 있을까.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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