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영혼에서 영혼으로 간다." — 릴케
너와 처음 대화했을 때
우리는
날씨 이야기를 했다.
"오늘 날씨 좋네요."
"네, 그러게요."
평범한 대화였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말은 평범했지만
말 아래에 흐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침묵이
말하고 있었다.
공기가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진짜 대화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너와 나는
아무 말 없이도
대화할 수 있었다.
카페에 앉아
각자 책을 읽으면서도
우리의 영혼은
대화하고 있었다.
"지금 행복해?"
"응, 너는?"
"나도."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건
몇 시간의 대화보다 깊었다.
릴케는 옳았다.
사랑은 영혼에서 영혼으로 간다고.
입에서 귀로 가는 게 아니라
가슴에서 가슴으로 간다고.
너가 힘들 때
"괜찮아?"라고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너 목소리 톤이
평소와 0.1도 다르면
내 영혼이
감지한다.
그래서
전화통화를 할 때도
"응, 응, 그래"만 반복해도
우리는 대화하는 것이다.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의 온도가 중요하니까.
가끔
친구들이 묻는다.
"뭐 얘기해?"
"그냥... 아무거나요."
그들은 이해 못 한다.
아무 얘기나 하는데
왜 그렇게 오래 통화하냐고.
하지만
우리는 안다.
중요한 건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말하느냐라는 것을.
너와 하는 대화는
날씨 얘기도
밥 얘기도
아무것도 아닌 얘기도
전부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영혼이
진짜 대화를 하고 있으니까.
어떤 사람들과는
몇 시간을 얘기해도
피곤하다.
어떤 사람들과는
아무 말 안 해도
편안하다.
너는
후자다.
함께 있으면
말을 안 해도
외롭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의 영혼이
계속 대화하고 있으니까.
"나 지금 뭐 생각하는지 알아?"
가끔 가 묻는다.
"응, 알아."
나는 대답한다.
그리고
정말로
안다.
이게
영혼의 대화다.
말하지 않아도
들린다.
보이지 않아도
보인다.
만지지 않아도
느껴진다.
사랑한다는 건
입으로 말하는 것도 있지만
더 깊은 곳에서
더 조용하게
더 진실하게
영혼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있을 때
침묵도
대화가 된다.
왜냐하면
우리의 영혼은
한 번도
침묵한 적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