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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달 Jan 01. 2022

그 참신함은 왜 공유가 안 되나요

재미없는 회의

'보완해서 잘 추진하겠습니다', '검토해 보겠습니다'가 난무하는 회의는 재미가 없다. 참신한 내용 없이 쳇바퀴를 돌기 때문이다. 쳇바퀴를 돌고 있다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누가 총대를 메고 일을 진행할 거냐를 두고 논의할 땐 더욱 그렇다. 그런 회의에서 '컨셉페이퍼 정도 수준입니다만...' 정도의 구체성을 띤 기획만 나와도 주목을 받게 된다. 


회의에서 인싸 되는 법

그러다 보니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구애와 모심의 대상이 된다. 시원시원한 발언까지 곁들인 패널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인싸가 된다. 물론 참신함과 시원시원함은 국장급 이상 상관이 회의를 주재할 때 자주 일어난다. 화기애애한 회의는 '실무적인 건 담당자가 협조를 구하겠다'로 종종 마무리된다. 졸린 눈을 비비던 담당자 눈이 떠지는 순간이다.


야 일단 모여봐

오해하지 말아야 할 건 뻔한 소리만 오가는 회의라고 무의미한 건 아니란 거다. 대부분의 회의는 '야 모여봐'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어떤 안건을 테이블에 올릴지부터, 올려진 안건을 어떻게 합의할지 사전에 실무자 간 조율이 이뤄진다. 회의의 무게감이 커질수록 이 과정이 촘촘해진다. '수요자 맞춤형 A 분야 통합서비스 제공'이라는 가상의 안건을 예로 들어보자. 표면적으로는 A 분야 서비스와 관련된 부서나 부처 결정권자들이 모여 각각 '어떤 서비스'를 통합할지 논의하겠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 부처 서비스 중 어느 서비스를 얼마만큼, 언제까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통합할지 매우 자세한 이견들이 사전에 실무자선에서 조율돼야 한다. 섬세한 조율이 끝나면 회의 테이블에 앉은 참석자들, 결정권자들은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거시적인 방향성을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새로운 제안이나 실무자선에서 정리할 수 없는 안건들은 테이블에서 조율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얘기가 다르잖슴?

다시 돌아와 회의 후 아이디어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면 그 멋졌던 드리블에 공이 없었단 걸 종종 알게 된다. 준비할 계획을 세울 구상을 하는 정도의 수준이라던가, MSG가 잔뜩 쳐진 이야기였던가, 혹은 아예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유하겠다고 했지만 실상 회의에 나온 이야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경우도 많다. 회의에 오가는 이야기를 보고서에 정리하는 입장이 되어 보면 안다. '아 말만 그럴싸했구나...' 


끝판왕은 따로 있다

진짜 현타가 오게 만드는 유형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회의에 참여는 하지만 나에게 어떤 일도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사람이다. 안 되는 이유부터 찾는 사람들인데, 실상 허풍을 떠는 사람보다 더 대하기 힘들다. 어느 직장이건 두부 썰듯 분장이 확실한 업무보다는 애매하게 걸쳐져 있는 업무들이 많은데, 업무 소관 회의에 와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담당자도 많다. 그럴싸한 논리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고, 논리가 통하지 않는 철벽을 치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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