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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Sep 10. 2020

코로나 시대의 명절 준비

집안 대청소하기.

 명절 준비하기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한 해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상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찾아올 것은 예외 없이 찾아온다. 머지않은 추석처럼 말이다.


 몇 차례 한반도를 휩쓸고 간 태풍과 코로나 재확산으로 명절이라는 말에서 일찌감치 멀어져 버린 사람들이 있다. 정부에서조차 올 명절은 가급적 가족 간의 비대면을 권장하고 있으니 온라인 제사라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집은 벌써부터 명절에 대한 준비로 조금씩 바빠지고 있다. 다른 가족들이 오든 오지 않든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들이다. 공기 속을 흐르는 계절이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니 우리는 또 그 일을 한다. 바로 집안 대청소다.


 예전에도 우리 조상들은 명절을 맞아 집안을 대청소하고 몸을 단정히 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목욕을 했다. 머리를 다듬고 목욕을 하는 일이 일상인 된 요즘에 그런 일들은 명절을 준비하는 일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족이 모이는 집에서 해야 하는 대청소는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가족 맞이 준비로 말이다.


 고향집을 찾는 자식들은 명절이 다가온다 하여 집안을 대청소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러나 자식을 맞이해야 하는 부모의 입장은 다르다. 자식을 맞이해야 하는 부모는 가족들이 머물다 갈 자리를 정리하고 청소를 해야 한다. 늘 하는 청소지만 규모가 다른 청소다. 그 준비가 만만치 않아 결혼 초에는 이런 게 시집살이구나 서러워한 적도 많았다. 내가 사는 집을 청소하는 일인데 다른 가족들을 위해 청소를 하고 있단 생각에 서러워  거다.


 생각은 자유라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나를 구속시키며 혼자 괴로워했다. 이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여기기에 집을 뒤집는 김에 가을에 입을 옷을 챙기고, 여름에 입지 않아 서랍에만 고이 간직한 옷을 꺼내서 정리하는 일도 한다. 옷을 정리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옷이 없다고 투덜거리는데 왜 입지 않는 옷은 늘 생긴냐는 것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 같지만 내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도 나는 버려진 만큼의 옷은 늘 사 왔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서 나 자신은 검소한 사람이라고 떠들고 다녔으니 웃음이  일이다.

몸은 고달프나 기분은 좋고


 주말 이틀의 시간을 청소하는데 모두 써버렸다. 내가 집안을 청소하는 동안 남편은 정원을 손질했다. 머리를 깎은 잔디를 보니 이발을 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오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다. 집이나 사람이나 가꾸고 다듬으면 보기 좋은 건 매한가지다. 집이 한바탕 목욕을 하고 쨍하니 웃었다. 청소를 하고 난 후에 비까지 내려 시원함이 더해졌다. 청소를 하느라 몸은 고달팠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명절맞이 대청소란 명분하에 이뤄진 일이었지만 결국은 내 집 청소 아닌가? 해야 할 숙제 하나를 끝낸 홀가분한 기분이다.



 취소된 집안 행사에 대해 몇 차례 글을 썼다. 이제는 낯설지도 않은 일이 되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맞이하게 된 추석은 또다시 우리들만의 잔치로 끝날지 모른다. 그래도 모두의 가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한 조상들의 바람이 찾아들었으면 좋겠다. 눈이 시리게 빛나는 달을 보며 소원 하나씩을 비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몸과 함께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추석이 되기를 바라며, 세대와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어떠한 갈등도 없이 무탈하게 지나갈 명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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