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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Aug 23. 2022

김수영에 기대어

나의 속좁음을 한탄한다

모래야 나는 얼만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시인도 저리 절절한데 나의 적음 정도야 어떠랴.

시인의 적음과 비겁함이 태산을 스쳐간 먼지라면

나의 적음과 비겁함은 그 먼지가 이룬 태산이거늘


시인도 흔들리는데

시인도 울부짖는데

나의 흔들림 정도야,

나의 울부짖음쯤이야 어떠랴


다 큰 어른이

초등학교 2학년 아해에게 분노한다

다른 이들은 무서운데 나는 무섭지 않다 해서

화를 내도 무섭지 않다 해서

내 앞에서만 떠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 입에 분노한다


호의를 배신하지 마라 했다

예의를 아는 아이가 돼라 했다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라 했다 


놀란 듯 동그랗게 뜬 눈에

불쑥 올라온 미안함

다정한 말로 

수업 시작해도 되지 했다


헤헤헤

제가 쫀 줄 알았죠


아! 

나는 2학년 아해에게 분노한다

소가 되어버린 그 귀를 원망한다


나의 적음

방역마스크도 통과할 적음


김수영에 기대어

이런,

나의 속좁음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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