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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Nov 08. 2019

남자 친구를 없이 살아가는 동글아, 외롭지 않니?

"우리 집에서 날 가장 반겨주는 건 우리 동글이 밖에 없네"

마당을 들어서며 남편이 한 말입니다.


"왜? 나도 반겨"

그리 말했지만 남편 말마따나 남편을 가장 반기는 것은 우리 동글이가 맞습니다.

동글이는 남편의 차 소리만 듣고도 반가워 문을 긁어대고 몸부림치며 즐거워합니다. 하루 종일 기다렸다는 듯 온몸으로 자기 나름의 반가움을 표현한 것이지요.

남편을 온몸으로 반기는 동글이, 우리 집 개의 이름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포동포동하고 다리가 짧아 동글동글 한 것이 하도 귀여워 갖게 된 이름 동글이.

지금까지 우리와 6년을 같이 살며 또 다른 가족이 된 새 식구입니다.


동글이는 시베리안 허스키입니다. 시베리안 허스키는 추운 지방에서 썰매를 끄는 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을 날 때 가장 힘들어하고 살도 빠집니다. 심지어 털갈이도 여름에 합니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 그 모습도 달라지고 살도 찝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가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이 가을에 동글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감이 우리 집에 풍부하니 그 감을 맘껏 먹을 수 있어 살이 더 찌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감을 좋아하는 개. 이렇듯 개는 식성도 주인을 닮아갑니다.


나와 경쟁하듯 감을 먹으며 살을 찌우고 있는 우리 동글이.

나는 동글이가 우리 가족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어 행복한 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말을 듣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남편의 말을 듣고 난 후로는 동글이를 볼 때마다 짠하고 불쌍해서 마음이 아픕니다.


동글이는 지금 사춘기를 지나 청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곧 중년이 될 동글이가 아직까지 한 번도 남자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편 말이 동글이의 부모는 무슨 대회에서 상까지 받은 족보 있는 개라 동글이에게 함부로 남자 친구를 만들어 줄 수 없다는 겁니다. 다른 개와 친구가 되면 잡종이 되어버려 허스키의 순수성을 잃어버린다나요. 그래서 동글이는 남자 친구 한 번 사귀지 못한 채 혈기 왕성한 이 나이를 외로이 홀로 보내야 합니다.


사람은 외로우면 그 외로움을 달랠 방법을 찾고, 도저히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겠다 싶으면 누군가를 만날 겁니다. 그러나 자신의 자유의지 없이 주인의 결정만을 기다려야 하는 우리 동글이는 이 가을의 외로움을 어찌 견뎌야 할까요?


어린 시절 동글이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우리 집으로 분양된 후 적응을 못하고 하도 울어대서 이웃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비록 어린 강아지였지만 시베리안 허스키 특유의 늑대 울음소리는 사람들의 귀를 불편하게 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 친구는 우리 집을 떠났습니다. 신랑감이 될 수도 있는 친구를 동글이는 어린 나이에 잃었습니다.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이별을 맞이한 것입니다. 그래서 동글이가 더 측은합니다. 인연이 있었는데 잃어버렸으니까요.


동글이가 이 가을을 잘 보내고 자기가 좋아하는 겨울을 맞이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꽃 피는 봄이 오면 동글이에게도 사랑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남편이 동글이의 사랑을 찾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씩 달려들면 싫다고 냅따 달아나는 나지만 이제는 좀 더 다정하게 동글이를 대해야겠습니다. 감을 나눠주는 일도 기꺼이 하겠습니다. 동글이에게 위로의 말도 전해봅니다.


"동글아, 외롭더라도 이 가을을 잘 넘기렴. 꽃 피는 봄이 오면 너의 청춘도 꽃이 필 거야. 그때쯤이면 멋진 남자 친구가 너의 곁에서 웃고 있지 않을까? 그때를 기대해 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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