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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Sep 25. 2019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 타인을 위로하기 위한 일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나는 왜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잘 풀리지도 않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억지스럽게 엮어가며 이런 글을 쓰고 있는가? 그 누군가는 자판기에 손만 대면 머릿속 생각이 술술 풀려 100미터 달리기하듯 쭉쭉 앞으로 달려나가겠지만 나는 경보 선수처럼 앞으로 나가고는 싶은데 엉덩이만 씰룩댈 뿐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발버둥치는 오리가 된 기분으로 글을 쓴다. 지금 난 썼던 글을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한 줄 한 줄 내 글을 메워가고 있다.


가끔 글들이 마술사 입에서 나오는 다양한 색상의 헝겊마냥 잡아당기고 당기면 계속해서 쑥쑥쑥 딸려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분명 해야 할 이야기는 있는데 풀리지 않는 글을 대하고 있을 때면 내가 이 글에 대해 어떤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된다.


글을 쓰는 이유? 나는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을 한다. 생각이 바탕이 되어야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그 이야기는 글이 되기 때문이다. 생각, 나는 이 생각 때문에 글을 쓴다. 생각은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생각을 하지 않을 때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난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생활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생각을 하게 되면 내가 누구인지 난 어떤 삶을 살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어떤 미래를 꿈꾸며 그 미래를 누구와 함께 하고 싶은 지도 알게 된다.


그렇다. 글은 나에게 생각이란 것을 하게 한다. 그리하여 나를 잘 알아가는 과정을 제공해 준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답이 나왔다. 나는 나를 알기 위해 글을 쓴다. 제대로 된 나를 알기 위해 글을 쓴다. 나를 알게 되면 모든 것을 아는 것과 같기에 글을 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글을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난 나를 알리고 싶어 글을 쓴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어 알리려는 것도 아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이야기꾼이라? 땡. 앞에서도 밝혔듯 난 오리인데.


난 나의 모자람을 알리고 싶어 글을 쓰려 한다.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도 인정받지 못하고, 장점이 있는데도 그 장점을 드러내지 못하고 단점만을 지적당하고 사는 못난 삶을 알리려고 글을 쓰려 한다. 글은 생각이란 것을 하게 하여 나를 알게 해 주었다. 그렇게 알게 된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는지도 알려주었다.


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지만, 20세기 조선시대 사람의 생각을 가진 이로 인해 모든 삶이 재평가되고 평가절하되고 있다. 누군가의 평가 대상이 된다는 것은 불쾌한 일이며, 그 대상이 나의 평가에 공정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는 더더욱 화가 난다. 나는 나의 이 억울함, 바보같은 나의 삶을 알리려고 글을 쓴다.


사람들은 그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 위안을 받기도 한다. 비교가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아픈 사람을 보며 나의 건강함을 감사히 여기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보면 그보다 나은 삶을 축복으로 생각한다. 나는 나의 글을 통해  사람들이 그런 위로를 받았으면 싶다. 일상 생활의 소소한 삶에서 좌절하고 속상할 때 나의 글이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커다란 시련이나 사건이 담긴 글은 아니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지극히 사소한 일들 속에 자신들보다 조금 더 힘든 상황을 살아가는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위로 받으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쓰고자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나를 바로 알게 된 지금 다른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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