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의 운동 루틴: 요가에서 댄스까지
아침 6시가 조금 넘어 어슴푸레 새벽이 밝아온다. 눈을 떴을때 서울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새소리가 귓전에 들려온다. 일출 시간을 확인해보니 서울은 7시46분, 호치민은 6시15분이다. 일어나는 시간은 여기서도 비슷하다. 7시간정도 취침을 하고 새벽에 일어나 책을 본다. 6시 10분경 가벼운 복장으로 요가원으로 향한다. 골목으로 나오니 호텔 옆 주택에 사시는 할머니가 나와서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고 계신다. 호치민의 풍경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뭐니뭐니해도 아침이다. 서울에서는 추운 날씨로 꽁꽁 싸매고 몸을 움츠리며 출근을 서두르지만 여기의 아침은 하루중 가장 쾌적한 최적온도 20도다.
요가원 1층에 도착해서 프론트 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인사를 하니 마른 수건과 젖은 물수건을 건네준다. 요가수업은 3층에서 한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새들의 지저귐과 길거리 소음이 동시에 들려온다. 밤새 굳은 몸을 부드럽게 워밍업한다. 오늘은 여성 다섯명이다. 지난번에는 남자분도 한분 계셨다. 강사가 피워 놓은 허브 향이 바람결에 실려 코끝에 닿는 다. 수업은 영어와 베트남어로 진행한다. 이전에 체류하며 배웠던 베트남어를 깡그리 잊어버렸는데 다시 들으니 단어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강사인 Lan은 아쉬탕가의 시퀀스대로 동작을 하고, 중간 중간 좀 더 근력이 요구되는 동작에 머물러 보도록 이끈다. 조금 지나니 이마와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익숙한 동작들이어서 집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여기 여성들은 서울보다 체중이 덜 나가 보인다. 나도 겨울동안 늘어난 몸무게를 다시 원상 회복시켜야겠다는 목표를 떠올렸다. 수업이 끝나갈 즈음 사바 아사나(요가의 마무리로 바닥에 누워 호흡을 정리하며 이완)에서 Lan이 어깨위에 수건을 올리고 지긋히 눌러준다. 왼쪽, 오른쪽. 부드러운 압박에 호흡이 더 편안해진다.
수요일 아침은 매트 필라테스다. 매트옆에 가벼운 덤벨 2개(light dumbbells), 압박밴드 (Resistance Band), 바람이 조금 빠진 볼(Soft Pilates Ball), 필라테스 링(Pilates Ring)이 놓여있다. 강사 Long이 동작을 알려주며 five, four, three, two, one 카운트 다운을 한다. 리듬과 속도에 따라 호흡을 고르며, 도구없이 팔과 다리를 접거나 펴는 동작을 한다. 그리고 링을 조이며 팔을 늘리고 힘을 빼고 호흡을 내쉰다. 종아리 사이에 소프트 볼을 낀 상태로 링을 사용해 팔을 뻗고, 힘을 주어 조이고 풀거나 덤벨을 들고 팔동작을 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종아리에 볼을 끼우고 또는 링에 힘을 주면서 동작을 해내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카운팅을 버텨내는 성취감이 크다. 숨이 들어가고 나가고 근육을 긴장시키고 이완하고 온전히 몸과 대화하는 '몸과의 명상'처럼 느껴진다. 직장을 나오자마자 담낭절제 수술을 하고, 목디스크 시술까지 받으면서 무엇보다 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매일 아침 7킬로미터 달리기를 3개월 했을때는 오른쪽 무릎에도 자주 염증이 생겼다. 뛰고 싶었지만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을 달래며 몸에 맞는 운동이 필요했다. 이후 달리기를 중단하고 요가와 필라테스를 병행하고 있다.
호치민의 장점중 하나는 운동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점이다. 날씨가 더우니 짧은 시간 몸을 풀 수 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지역내 피트니스센터나 요가원을 찾아가면 어렵지 않게 운동 루틴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 스투디오에서는 댄스 강좌도 있어 내친김에 저녁 댄스클래스도 참여해보기로 했다. 저녁 6시 30분 초보자를 위한 하우스 댄스 수업에 참여했다. 외국인들도 있고 초등학생부터 직장인들까지 연령이 다양한 것이 흥미로웠다. 강사에게 다가가 살면서 춤을 한번도 배워 본적이 없고 처음이라 많이 긴장된다고 했다. 강사는 이건 마치 카디오 cardio (exercise)와 같다고 걱정하지 말라며 웃어주었다. 과연 아주 기본적인 스탭을 천천히 보여주고 one, two, three, four 박자에 따라 여러번 따라하도록 했다. 춤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쿵쾅거리며 공간을 채우는 신나는 댄스음악에 몸이 저절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친절한 강사님은 옆으로 살짝 다가와 무릎을 부드럽게 조금 더 접고, 상체에 바운스를 줘보라고 한다. 쉬지 않고 하다 보니 곧 땀이 났다. 재미난것은 춤은 다른 것과 달라 조금이라도 딴 생각을 하면 스탭이 꼬였다. 완전히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몇 개의 스텝을 배우고 물을 마시라고 브레이크 타임을 주었다. 서울의 우리 동네에도 이렇게 가볍게 누구나 춤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졌다.
물론 초보라도 이 수업을 여러 번 들은 사람들은 춤추는게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겁없이 도전해보았다는 것이 좋았고 첫 수업에는 겁이 났지만 다음 날이 되자 수업이 기다려졌다. 눌러두었던 감각들이 깨어나고 몸을 해방시키는 느낌이었다. 나이를 의식한다기 보다 평소에 운동이라도 조금 해놓으면 빠른 동작들을 따라하는 지구력에서 밀리지 않는 것 같았다. 춤도 기본 체력의 테스트같았다. 물론 생각보다 리듬타기가 어렵거나, 다른 사람이 신경쓰이면 맨 뒷줄에 가서 즐겨도 되었다. 조금 안된다고 실패한 것으로 빨리 해석해버리지만 않는다면 하루하루 나아진다고 믿는다.
수업이 끝나고 땀에 젖은 채로 음료수를 하나 물고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숙소로 향했다. 마치 몸에게 가장 비싼 선물을 안겨준 것처럼 뿌듯했다. 낯선 도시에서의 몸 수업은 잊고 지냈던 몸의 언어를 다시 배우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머리가 해석하기 전에 몸이 말해주는 반응, 그 신호들은 삶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닿아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