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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an 21. 2024

집짓기 12주 차

3층 레미콘 타설, 새롭게 만나는 풍경

60일 차 2024년 1월 15일 월, -7도/1도

3층 천정 거푸집 마감(4층바닥) 금속기둥 설치

명일 : 철근 가공조립, 전기.설비 매립 배관

건물 전면과 하늘이 보이는 4층 본 풍경
4층 바닥 작업 중
3층 실내. 벽채 면적이 적고 4층 셋백을 감안해 동바리를 충분히 설치

건물이 올라감에 따라 바깥이 풍경이 바뀌고 그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이 있다.

4층 바닥 위에서 본 풍경의 절반은 하늘이다. 서쪽을 향하고 있으니 노을이 지는 모습이 창을 채우겠구나.

추위가 가시지 않고 여전히 쌀쌀하다. 다행히 3층과 4층 바닥 타설이 예정된 수요일쯤엔 기온이 좀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매일 이렇게 온도까지 예민하게 날씨를 챙기는 게 우습기도 한데, 지구가 도운 것인지 운이 좋은 것인지 올 겨울은 삼한사온이 아니라 일주일씩 온화한 날이 지속되면서 큰 덕을 봤다.


따뜻한 겨울이 정상은 아닌지라 언젠가 ‘내가 그때 바보처럼 좋아했다‘며 자조하진 않을지, 어떤 걱정스러운 흐름의 시작점에 있는 건 아닌지… 무거운 생각이 함께 겹치는 건 어쩔 수 없다. 당연히 기우이길 바라지만.


덧. 오늘은 부가세 정기신고 기한이다. 세무사무소에 정기신고를 맡겼다. 정기신고 전 조기환급을 신청했다가 주택, 상가 복합건물이라 주택분(면세대상)을 제외한 환급만 가능해서 신고가 복잡할 수 있다는 세무서의 안내를 참고했다. 부가세, 취득세, 종합소득세 등 건물이 생기는 데 따른 세법이 단순치 않은 데다 부동산 보유에 대해 결코 우호적이지 않으므로, 세무상담은 빠를수록 좋다는 교훈을 얻었다.


61일 차 2024년 1월 16일 화, -7도/4도

철근 가공 조립 + 전기설비 배관

명일 : 레미콘타설

4층에서 보이는 해지는 풍경
내부 계단 시공방식을 논의하면서 설계 안이 몇 가지 더 나왔다.

4층쯤 되니 바닥 타설을 위해 바닥 배근과 전기 등 배관작업 진행이 집을 처음 짓는 건축주에게도 익숙한 순서가 되었다.


층고가 올라가니 풍경이 자주 언급된다. 조소장님도 타설 전 현장감리를 왔다가 노을이 드는 풍경이 좋다며 사진을 보내주었다.

내부계단은 쿵쾅 거리며 뛰어다니진 않아도 공중에 붙어있는 시설물이라, 누림(시공사) 현장소장님과 대표님도 꼼꼼히 챙겨보고 의견을 주신 모양이다. 부지런한 조소장님이 만든 몇 가지 안을 같이 보고 현장과 의논하면서 안이 정해졌다.


어떤 일이든 재료와 스킬이 다른 뿐 함께 일하는 과정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설계한 건축가의 도면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자신들이 가진 노하우와 현장상황을 토대로 이슈를 제기하고 같이 의논해서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존중과 이해의 노력이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그런 분위기는 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분들에게로 이어진다.


어제는 날씨, 오늘은 사람.

내가 운이 좋은 건축주가 분명하네. 감사할 일이다.


62일 차 2024년 1월 17일 수, -2도/2도, 눈

3층 레미콘 타설 예정이었으나 눈으로 연기

명일 : 레미콘 타설

오전부터 눈이 꽤 내리기 시작
바닥 타설 전 보양 / 지수팽창제 시공 / 창호 상단 보와 방수용 처마 시공

지수팽창제 : 한층 단위로 콘크리트 타설을 하므로, 층과 층은 엄밀히 하나로 이어져 있지 않다. 때문에 분리된 면이 만나는 지점이 방수에 취약하다. 지수팽창제는 PVC 소재로 습기와 만나 팽창하면서 틈은 막아 누수나 침수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지수(water stop)는 물을 막는다는 의미. 반영구적이나 소재의 특성상 저온이나 자외선에 노출될 경우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층이 올라가면서 현장에선 누수와 결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기초공사 과정에서 방수작업을 꼼꼼히 할 뿐 아니라, 침수가 생기면 건물에 치명적이므로 물이 빠져나가는 길을 잘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단열재와 창호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결로 또한 걱정거리 중 하나다. 결로는 온도차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 이걸 완벽히 방지할 수 있는지는 나도 궁금하다. 전체적으로 막바지에 방수작업이 있기도 한데, 옥상에서 물이 더 잘 빠지도록 건물 외벽에 선홈통을 하나 더 추가하기로 했다. 내일은 드디어 타설. 3층이 생기는 날이다.


63일 차 2024년 1월 18일 목, 1도/9도

3층 천정과 4층 바닥 레미콘 타설 오후 1시

명일 : 양생 휴무/ 토요일 형틀 목공 + 시스템 비계

타설 준비 작업
공간 구획이 보이는 4층 바닥면
타설 후 마무리 작업. 어떻게 빠져나가셨는 지 궁금

어제 온 눈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대부분 녹았으나, 음지는 언 채로 남았다가 낮이 되어 기온이 더 오른 다음에야 녹기 시작했다. 타설도 기온이 올라간 오후 1시로 잡았다. 나가보진 않았는데 오후 4시경까지 꽤 오래 소리가 들린다. 3층 천장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될 계획이라 매끈하게 잘 나올 필요가 있다. 물론 콘크리트를 예쁘게 마감하는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특히, 우리나라) 그래도 뭐든 원본이 좋아야 마감의 질도 높아지기 용이하니 매끈한 천장을 기대해 본다. 앞으로 며칠은 날씨가 영상이라니 양생도 문제없을 듯하다.


마지막 층을 앞두고 있어 이제 기초공사도 끝나가고 남은 층은 수월하지 않을까 했는데, 현장소장님 설명으로는 4층에서 Setback이 생기기 때문에 난이도가 더 올라간다고 한다. 게다가 이를 받치는 3층엔 창이 많고 지지하는 벽체가 적다. 그런 3층 천장 안쪽으로 4층 벽체가 서니 하중을 비롯해서 신경 쓸게 늘어날 수밖에. 잘 모르면 쉬워 보인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매 층마다 구조가 다른 건물을 올리다 보니 점점 복잡해지는데도 불구하고 도면대로 꼼꼼히 확인하면서 작업할 뿐 아니라, 언제나 흔쾌히 설명해 주셔서 혹시라도 작업에 방해는 되진 않을까… 현장에서 떨어져 멀찌감치 보는데도 친절히 알려주셔서 또 이렇게 배운다.


금요일 양생 휴무. 4도/9도


64일 차 2024년 1월 19일 토, 4도/9도

4층 먹매김
3층 벽 거푸집 일부 탈형 + 시스템 비계 설치

명일 : 월요일 4층 외벽 거푸집 설치

4층 바닥과 거푸집 탈형 후 매끈하게 드러난 3층 벽면
4층 작업을 위한 시스템 비계가 설치된 외경

현장정리와 비계설치 작업 등이 있었다. 주말이라 들어가 볼까 했으나 운동하러 가는 길에 보니 분주히 작업 중이라 사진으로만 확인했다. 알아서 잘하고 있을 걸 알아서 좀 정리된 후에 봐야겠다는 생각도 있고. 조소장님 얘기로 집을 지으면서 몇 번이고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고 하니, 그 기복을 다 겪기보다 최대한 그 간극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 같다.


내가 가장 자주 보게 될 4층 풍경이 어떨지 궁금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 볼 참이다.


주말 번외 편


다짐은 저렇게 해놓고 작업이 없는 일요일에 살짝 내부 구경을 했다. 계속 작은 면적이 걱정인지라, 내친김에 지금 집과 비교하기 위해 실측을 해보았는데, (지금 사는 주택과 대지면적이 거의 동일) 결론은 안심!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 신축집이 그 정도면 충분하다.

놀라운 건, 실측치수가 도면과 거의 일치한다는  거다. 당연한 건데, 당연하지 않은 결과를 당연한 것처럼 얘기하는 현장을 작은 집을 지어본 건축주들은 잘 알 것이다. 이게 왜 놀라운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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