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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연 Oct 05. 2020

엄마는 아직도 열정 싱어송라이터

엄마의 고군분투 꿈 이뤄나가기

엄마가 되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드라마 속에서는 기쁨으로만 표현됐지만, 실상은 투병 생활과도 같은 지독한 입덧, 세상의 끝 같 출산의 고통, 그것들은 시작에 불과했다. 내 몸과 시간을 갉아먹는 듯한 육아는 지금 이 순간도 계속되고 있다. 이전에는 몰랐던 가장 진하고, 황홀한 기쁨주는 것도 맞지만!


하루하루가 벅찬 육아 일상이지만, 나로서의 삶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다.

20대에는 기자로, 30대에는 싱어송라이터로 살아온 나는 계속 내 글을, 음악을 만들며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다. 육아 중 짧은 틈틈이 인별그램을 하며 '나 이렇게 살고 있어요' 소통하려고 했지만, 짧은 글과 사진 몇 장은 그저 육아 한탄, 혹은 '내 아이가 이렇게 잘 크고 있어요'와 같은 자랑이 되곤 했다. 그것도 나름 해소가 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늘 무언가 허기졌다.




다시 음악을 해야겠다!

임신 기간 1년과 육아로 한창 치열한 2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작업실에 앉기 시작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에 돌아와 정리를 하고 밥을 먹고, 아이 식사 등을 준비하고, 작업에 집중하도록 주어진 시간은 약 3시간가량! 


하지만 그 3시간 마저도 쉽지 않.

가사를 써 내려갈 촉촉한 감성은 무슨... 등원 전쟁을 치르며 화냄과 미안함을 반복하다가 그저 탈탈 탈곡된 메마른 육신만 남은 나.

노래 연습은 무슨... 매일 소리를 지르며, 마른기침을 하며 목 관리는 점점 멀어지고, 악기 연습은 뽀로로 밴드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근데 진짜 잘함!)하는 게 전부인, 앞날이 까마득한 엄마 싱어송라이터지만...


연주도 끝내주게 잘하고, 놀기도 잘 놀아서 부럽다 너희들!


그래도 해야겠다.

내가 가진  힘과 시간은 정해져 있고 남들보다 많지 않다. 그렇다고 나를 더 불사를 자신은 없고, 그걸 이겨낼 정신력 같은 것도 이젠 믿지 않는다.

육아에 쓸 힘 5분의 1, 음식 마련할 시간 5분의 1, 청소할 시간 5분의 1씩(때론 더 많이) 쪼개서 내 꿈을 위해 쓰겠다.


그렇게 엄마도 엄마의 길을 가는 게 우리 아에게도 좋을 거란 생각은 확고하니까. 그래야 엄마도 더 행복해지니까.

'브런치'를 통해 스스로의 꿈을 다독여가고, 좀 더 생산적인 투정도 부리고, 음악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도 담아보고 싶다. 최대한 솔직하고 담백하게.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들을.


추석 명절, 좋은 시어머니를 만나 밥도 맛있게 먹고, 시간적 여유도 생긴 날 <첫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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