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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연 Oct 13. 2020

기분의 유통기한

그럼에도 내일을 살아야 할 이유

이유도 없이 편안함과 행복감으로 충만한 날이 있다가

오늘처럼 이유 없이 기운 빠지는 그런 하루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에 이유가 있다.


호르몬이 장난을 치면 이겨낼 장사가 없다. 배란일에는 짜증이, 월경 전에는 월경증후군으로 인한 무기력함 물 밀듯 밀려오고, 갑상선 호르몬이 장난을 치기 시작하면 일이 더 커진다.


적으로는 아침도 맛이 없었는데 버스까지 놓쳤다거나, 혹은 새로 사서 입은 옷이 어딘불편한데 얼굴색오늘따라 좀 더 칙칙해 보이는 등 잘 생각 안나는 사소한 짜증이 나도 모르게 쌓였을 수 있다. 나름 포부에 차서 시작한 글쓰기나 음악 작업이 생각보다 잘 안 풀렸을 수도 있고, 이런 이유들을 곰곰이 되짚어볼 시간도 없이 정신없는 하루를 달리다 늦은 밤 여유를 찾자마자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오면서 기운이 쭉 빠질 도 있다.


이유를 알았다고 한들 이 우울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호르몬 조절제와 타이레놀로 신체 컨디션은 조금 회복할 수 있어도 나도 모르게 쌓인 불운들은, 불편한 감정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나는 우선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마법의 음료인 커피에 도움을 본다. 하지만 늦은 오후부터는 마시. 카페인이 잘 받는 만큼 밤에 잠도 잘 못 이루기 때문이다. 늦은 오후가 되어버렸거나, 종종 카페인이 효과를 못 내주면 그날은 그저 일찍 잠을 청해 하루가 빨리 지나가길 바다. 크게 힘든 일이 아닌 뒤에 잠을 자고 새 날을 맞이하면 새 기분이 되기 때문이다. 삼 신의 가호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인생은 하루하루가 쌓여 이뤄지지만, 컨디션은 쌓여가 않음이, 이 기분으로 내일 아침을 맞이하지 않을 것임 새삼 감사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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