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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연 Oct 07. 2020

꾸미고 싶다

애 엄마 말고 힙한 누군가로

유혹에 휘둘린다.


진하게 화장을 하고, 배꼽티를 입고, '갬성' 가득한 요즘 음악을 하는 트렌디한 뮤지션이 되고 싶다. 이런 표현들부터 이미 한물간 듯싶지만...




사춘기 시절엔 영화 '비트'에 취해 도시의 밤을 헤매어보고 싶고, 너바나 음악에 취해 세상의 더러움에 반항도 했다가 탐닉해보고도 싶다가, 커트코베인의 짧은 생애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류의 감성을 지닌 내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음악도 시작했고 밴드부를 했고 국문학도가 되기도 했다.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오가는 청춘, 짜릿해! 늘 새로워!


그러나 사춘기를 벗어난 나는 아직도 내가 아닌 나를 꿈꾼다. 유부녀, 애엄마라는 타이틀은 잠시 숨겨두고 싶다. 나이도 서랍 깊숙이 넣어두고 잊고 싶다. 아직도 오수연의 인별그램 계정이 멈춰져 있는 이유랄까.


포크와 같이 조금 올드한 느낌의 장르는 지양하고 싶다. 아이유가 올드한 음악을 하니 '힙'하지, 내가 하면 그냥 말 그대로 아줌마 음악겠지... 맞는 말이지만 아직은 거부하고 싶다. 아줌마 타이틀!


옷도 그렇게 유행을 따라 산다. 헐렁한 통바지에 배꼽 보이는 짧은 티들이 옷장 안에서 광합성 한번 시켜달라 아우성이다. 쇼핑하는 동안에는 내 모습을 자꾸 망각하는 건지. 이쯤 되면 약도 안 드는 병인 듯싶다. 청.춘.병.


솔직히 글은 그렇다 쳐도 음악은 좀 젊어야 하지 않나. 진짜 한물가서 추억 속의 명곡이 된 것도 아니고 한물 간 상태로 나온 쉰곡 같은 신곡을 누가 들어줄까 싶다.




이런 나의 성향에 따라 평생을 좀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나인 듯 아닌 듯 어설프게 꾸며가며. 그렇다고 꾸민 나의 모습이 좀 먹혔던가? ...... 절대 그렇지 않다.

옛날 사진들을 보면 엄마가 입혀준 옷을 입고 내 손길이 가지 않은 자연스러운 머리스타일의 내 모습이 제일 예쁘다. 조금씩 내 의지가 반영된 옷을 입으며 촌스러워지고, 내 손길을 거칠수록 머리도 부자연스러워지고,(금손인 미용계 꿈나무들은 달랐겠지만 ㅎㅎ) 예쁘게 보이려는 억지스러운 표정도 그저 보기 씁쓸할 뿐...


억지스러운 나의 노력, 나답지 않게 꾸민 내 모습이 얼마나 추한지. 사실 매번 느끼면서도 '이번엔 정말 꾸며야 해, 지금 내 모습은 아니야. 훨씬 더 멋진 내 모습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유혹들이 매 순간 다가온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이기에 가장 나다운 게 가장 독특할 테고, 솔직함이 가장 자연스러울 테고, 지금의 아무것도 없는 내 모습부터 차근차근 성장을 해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일일 텐데.


알면서도 난 또 유혹에 넘어가려나. 보이는 내 모습보다 늘 더 좋아 보이는 이상 속의 나일 테니까. 선택의 갈림길에서 진짜 나를 선택하는 용기 있는 내가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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