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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연 Oct 06. 2020

좋은 뮤지션이 되기 어려운 이유

내가 부르는 사랑 노래가 위선이 되지 않기 위해

길고 긴 추석 연휴가 끝이 났다.


좋은 부모님과 시부모님을 만나 부엌일은커녕, 밥도 다 차려주시고 아이와도 잘 놀아주셔서 몸이 아주 편한 추석을 보냈다. 하지만 정작 내 맘은 그러지 못했다.


작업 중인 곡이 있는데 연휴를 나느라 5일 얄짤없이 작업을 중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임신 전 2016년에 낸 곡이 마지막 곡이 빨리 신곡을 세상에 내놓고 싶은 마음 때문,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 아직 싱어송라이터로 잘 나아가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연휴 마지막 날, 오랜만에 작업 재개를 기다리며 연휴 동안 생각해둔 가사도 적어놓고 마음의 준비를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아이의 눈에 눈 다래끼를 발견했다! 그렇게 큰 일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푹 꺼지는 느낌이었다. 왜 하필... 속이 상했다. 아이의 아픔이 아닌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었다. 연휴가 이제 끝났는데 오늘도 공치는 건 아닐까. 아이의 아픔은 두 번째였다. 이러고도 엄마가 맞을까 싶책감도 들면서...


당장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지 인터넷으로 '눈 다래끼 어린이집'을 검색하고, 원래 다니던 병원이 아닌 가까운 병원에 들렀다 어린이집에 가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막상 보내고 나니 뒤늦게 미안한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이 밀려 키즈노트 어플을 열고, 밥은 잘 먹었는지, 약도 잘 먹었는지, 컨디션이 안 좋을 텐데 잘 있는지 선생님께 여쭤본다.


그렇게 걱정 가득, 누구를 향했는지 모를 원망 가득, 신세 한탄 가득한 마음으로 작업 중인 곡의 2절 파트를 녹음하려고 앉아 가사를 읽으니 어이가 없다. 어찌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사랑 노래인지.


"너와 함께 있으면 난 더 좋은 사람이 돼. 행복한 사람이 돼"


지금 이 마음으로 이 가사를 부른다고? 괜스레 물 한잔 마시러 부엌으로 온 재택근무 중인 남편에게 깜짝 놀랐다며 핀잔을 주고 난 뒤, 더 이 가사를 부를 자신이 안 났다. 휴... 안 되겠다. 마음 정비가 필요해.


재택근무 중인 남편을 피해 부엌 작업 중인 모습 ㅎㅎ


사실 난 곡을 만들 때마다 이런 부담감에 사로잡힌다. 좋은 가사가 담긴 선한 영향을 주는 곡을 만들고 싶다. 그런데 거짓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러려면 내 마음이 먼저 야 한다. 사랑 가득한 노래를 부르려면 내가 먼저 사랑 가득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좋은 뮤지션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누군가는 나에게 좋은 뮤지션은 성공한 뮤지션이라고, 빠른 성공을 위한 좋은 기회 놓치는 것이 미련하다고, 생계가 걸려있지 않헛된 이상을 꿈꾼다고 하지만, 나는 '반짝 성공'을 원하는  아니다. 꾸준히 오래 음악을 하려면, 내 철학을 지켜야 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다.


 기대하는 바하나 더 있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좋은 뮤지션이 되길 꿈꾸면 난 점점 좋은 사람이 되어갈 거라는 것. 속도는 느리지만, 그래서 지금처럼 답답해하며 한숨 쉬지만, 꾸준히 성실하게 나아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둘 중에 뭐라도 되긴 되겠지. 좋은 뮤지션이 못되면 좋은 사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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