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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연 Oct 21. 2020

올빼미 부모는 육아가 참 어렵습니다

"해가 뜨면 잠이 들고 해가 질 때쯤 일어나는 아주 평범한 뮤지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내가 가장 애정 하는 뮤지션 적재의 인터뷰 내용이다. 무척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나 전 직장 동료들은 모두 내 동태눈을 기억할 듯싶다. 전 직장동료 왈 "언니 진짜 출근할 때마다 좀비가 걸어오는 것 같았어..."


학교 다닐 때도, 회사 다닐 때도 늘 아침엔 정신을 못 차렸고, 점심을 먹으며 좀 사람 같아졌다. 오후에는 노곤노곤하다가 저녁이 되면 기운이 나고 밤이 되면 행복해졌다. 전형적인 올빼미 체질 것 같다. 지금도 아무리 일찍 자도 다음날 일찍 일어나면 종일 피곤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을 때 가장 상쾌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다행히(?) 남편 나보다 더 심한 올빼미형 인간이다. 신혼 때는 딱히 우리의 생활패턴에 문제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 우리의 생활이 남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다른 것을 넘어 고쳐야 할 문제임을 깨닫게 됐다. 새벽 3시쯤 잠들고 주말에는 오후 2시가 되어 일어나는 생활.


아이를 10시 전에는 재워야 성장호르몬이 분비돼 키가 큰다는 이야기는 귀가 아프게 들었지만, 과학적 근거를 따져가며 끝까지 한 귀로 흘린 나였다. 하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어쩔 수 없이 일찍 재우고 일찍 깨워야 하는 이 사회의 패턴을 억지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노력해서 12시쯤 다 같이 잠자리에 눕고 아이는 1시쯤 잠들어 10시에 일어나 비몽사몽 어린이집에 간다. 다른 아이들이 점심을 먹을 때 아침을 먹는 다.


아이를 먼저 재우려는 노력도 해봤지만, 아이는 잘 때 누군가 옆에 없으면 금방 깨서 울고, 패턴이 더 엉망이 되기 일쑤였다. 




이런 올빼미 부부에게 밤낮 조절만 어려운 게 아니었다. 올빼미라는 단서가 주는 성향들이 꽤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때 자지 않는다는 건 사회의 암묵적 규칙에 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했다. 남편은 직장에서 자율출근제를 가장 용기 있게 활용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상사보다도 느지막이 출근할 수 있는 용기. 그만큼 야근을 많이 하긴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성향 때문인지 아이에 대한 통제도 무척 느슨하다.


세돌이 지나고 한 달이 더 지났지만 아이 기저귀를 떼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은 뗐다고 하지만, 아이가 변기를 거부하지 않을 때를 기다리며 조급해하지 않는다.


공갈젖꼭지도 아이가 쿨하게 이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고 두 돌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뗐다.

영상도 분별해서 보여줄 뿐 과하게 통제하지 않는다.

집안에서 모래놀이, 물놀이를 자유롭게 시켜주고, 먹고 싶어 하는 간식도 과하게 제지하지 않는다. 


가장 최소한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안전, ,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만 통제하고 혼을 낸다.


육아는 경험해본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주변의 말들도 참 많다. 공갈젖꼭지는 치아를 망가뜨리고, 영상을 많이 보여주면 아이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저귀는 몇 개월 전엔 떼야하고... 그런 말들을 들으면 근거가 없는 말들임을 알면서도 내가 불량 엄마인가 싶어 마음이 답답해진다.


참고로 PD를 잠시 꿈꿨던 사람으로서 한 편의 영상을 만드는 것이 얼마큼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노력으로만 보면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정성보다도 더 큰 노력인데(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너무 해악으로 여기는 것은 가끔 좀 불편하게 들리기도 한다. 물론 과하게 보여주지 않도록 노력하고, 내용도 잘 선별해서 보여줘야 하겠지만.


올빼미 부모, 자유로운 성향의 부모에게 대한민국에서의 육아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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