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jection is a Redirection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나는 이 말이 예전에는 이해가 안 갔다. 아니, 나는 미래를 계획하고 그렇게 행해지게 만들어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건데, 왜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라는 거지? 저게 무슨 말이야. 했었는데, 인생은 참,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이때까지 계획대로 된 것들은 운이 좋았던 거지, 내가 원하는 삶을 나에게 한 번에 잡을 수 있게 만드는 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정기적인 월급이 들어오는 그런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는데, 왜 늘 나는 목표에서 직선이 아니라 한참 돌아가는 걸까..
내 마음을 통제하고 내 감정을 통제하는 건 참 나 자신도 어려울 때가 있다. 누군가와 비교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 순간, 내가 참 한심하고, 자존감이 낮은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 스스로 창피해진다. 그냥 나는 나 자신으로 이미 충분히 잘해왔고, 대단한데, 뭐가 나를 그렇게 위축되게 만들었던 걸까. 2달 전의 나는 나를 참 많이 미워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나는 통제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내가 갖지 못한 이유를 계속 챗지피티에 물어보며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파고들었지만, 결국엔 도돌이표였다. 답이 안 나오지 당연히.
나는 그때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정신 차리고, 내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거다. 그때의 고통이 없었다면 지금도 나는 남들과 비교하고, 나를 탓하고, 나를 비난하고 하루하루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을 거다. 나는 애매한 능력을 가진 VFX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다. 회사가 정한, 사회가 정한 챗바퀴 같은 시스템에 맞지도 않은데 거기에 나를 욱여넣었다. 그러다 보니, 나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도 많았다.
나는 이 공백을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허투루 보내느니, 내가 뭔가에 몰입하고 집중하고 성취감을 느낄 만한 것을 창작하고, 그렇게 살다 보니까, 이제 두 달 되었는데, 내 삶에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회사에서 일하는 게 이젠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여러 일들 중에 일부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훨씬 편하다. 나는 내 브랜딩에 전념을 하고 있으나, 다양한 영화에 참여해서, 내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으니까 그래서 계속 job hunting 중이다. 여러 회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외부적인 이유로 무산된 경우가 정말 많았다. 그래서 왜 난 안 된 건지 이러면서 날 탓하기보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내 거면 나에게 올 거고, 내게 아니니까 다른 사람한테 가는 건가 보다. 돌고 돌아 나에게도 기회가 오겠지...
그러다가 지난주에 나는 어떤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나는 매주 수요일마다 필라테스를 등록해서 운동하러 간다. 내가 2년 전부터 필라테스 선생님을 만났고, 그분이 계시는 필라테스 지점으로 항상 간다. 운동이라도 하니까 하루종일 집에서 작업하는 것보단 훨씬 프레쉬하고, 더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해지는 것도 있다. 지난주 수요일에 수업이 시작하기 20분 전에, 나는 우연히 이메일을 켰다. 근데, 어떤 회사에서 'Availability Query'라는 이메일이 와 있었다. 이게 뭔가 해서 열어봤는데, 영국 글래스고에 있는 영화 VFX 스튜디오에서 나에게 일 시작이 가능한지? 다음날에 면접을 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내 쇼릴과 이력서를 보낸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전에 회사들도 5-6곳에서 1차 인터뷰 보고, 2차로 넘어가지 않았거나 2차 인터뷰 봐도 갑자기 프로젝트 무산되었다고 엎은 경험이 있었다) 수퍼바이저와 면접을 잡았다. 다음날 나는 수퍼바이저와 인터뷰를 봤는데, 보통은 30분 정도 하는데, 이번 면접은 7분 만에 끝났다. 나는 뭘 딱히 대답한 게 없었는데, 그렇게 인터뷰가 끝났고, 별 기대가 없었다. 나도 이 회사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인터뷰 본 걸로 만족을 했다. 그러다가 다음날 오후 6시 20분쯤에 나에게 메일을 보내준 리크루터가 수퍼바이저가 나와 면접을 본 게 매우 만족했다고, 갑자기 day rate (하루 일당)을 물어보는데, 어차피 한 달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거니까 일부러 내가 풀타임 때 받는 것보다 2배 높여서 불렀다. 그런데 이걸 받아들여줬다. 보통 회사는 내가 연봉 협상하면, 그거보다 현저히 낮게 불러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요구에 맞춰준 게 신기했다.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나를 위한 생산성이 있는 일을 하니까, 사실 그렇게 회사 직장인들이 엄청 부럽거나 그러진 않다. 내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진 걸까, 내 것을 하니까 외부에서 일이 안 들어와도 내가 무너지지 않는 내 모습을 새삼스레 발견했다. 나는 내가 내 브랜딩을 해서 1인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거라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는 당연히 VFX 스튜디오에서 영화 작업을 해서 필모그래피 쌓는 아티스트가 될 거라고만 생각해왔고, 그 길이 하나만 있는 줄 알았다. 영화 시장이 AI로부터 고꾸라지면서 내가 거기에 튕겨 나온 케이스긴 한데, 사실 이런 실패를 맛보지 못했다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나는 지금 다양한 일을 하고 있고, AI로 내 비서처럼 부려먹고 있어서 시간 단축이 훨씬 자유로워졌다. AI 때문에 회사에서 내 자리를 잃었는데, 아이러니하다.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제작자인 Ejae가 한 말씀이 떠올랐다. 'Rejection is a Redirection'
취미로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하나의 브랜딩이 되었고, 이를 통해 나를 알리는 플랫폼이 되었다. 점점 더 내 아이디어는 확장이 되었고, 내가 잘하는 일이고, 좋아하고, 세상에 공유하고 싶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내가 만든 해외 인터뷰 질문 리스트로 eyeline 영화 VFX 스튜디오에 합격했던 학생, 내가 2주 동안 밤새면서 만든 웹사이트와 'Basic Roto in Silhouette 강의'를 구매해서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준 학생들을 보며 뿌듯하고, 이 길이 내 길인가 싶긴 하다. 요즘은 일이 내 일상생활이 되었다. 아침에 눈뜨고 저녁에 자기 전까지 일만 한다. 예전엔 회사 다니면 일이 너무 하기 싫었는데, 내가 성취감을 느끼고, 스스로 마케팅도 하고, 제작하고,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면서 피드백도 알게 되고, 이런는 모든 과정이 새롭고 재밌다. 내가 만든 파이프라인이 잘 굴러가는 거 보면, 나도 나에 대해 새로히 알게 되는 부분들이 많아졌다. 내가 나에 대해 참 모르고 있었구나를 느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고, 사실 두 가지 이면을 느낀다. 이게 정말 잘 될 거라고 확신한 상태에서 시작한 게 아니고, 사실 지금도 이게 될까? 늘 의문을 먼저 든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선 이게 된다고? 가 되기도 하고, 아 이거는 내가 개선해야겠다가 되기도 한다. 내 인스타도, 내 강의도 잘 되면 좋겠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축 내는 것보단 훨씬 의미 있고, 내가 여기서 실패를 해도 내가 얻는 건 교훈이나 경험이다. 요즘은 일이 내 일상생활이 되었다.
"해외 취업을 하거나 대학을 갓 졸업한 모든 이들에게"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을 비교할 필요는 전혀 없어.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 각자만의 '때'가 반드시 존재해. 만약, 네가 어떤 역할을 얻지 못했다면, 그건 그냥 네 길이 아닌 거다. 오히려 얻지 못한 것에 감사해야 해.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얻었다고 해서, 네 가치나 네 실력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 '교훈'은 반드시 반복될 거야.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건 아니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거야. 그러면 계속 미소지으며 앞으로 나아가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