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 시대에 산다는 것은

by 프로스트

3월 15일. 중학생 아들은 다음날 학교 등교를 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고 난 직장에서 컴퓨터를 들고 집에 가고 다음 업데이트가 있을 때까지 집에서 근무하라는 회사 통지를 받았다. 잠시가 될 줄 알고 얼떨떨하게 시작한 아들의 온라인 클래스와 나의 자택 근무는 그렇게 8개월이 지났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가 한국으로 번졌을 때 미국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을 걱정했었다. 그 후로 몇 달 후에 코로나는 미국에 창궐했고 코로나뿐 아니라, Black Lives Matter 인종 차별 데모, 하늘을 온통 잿빛으로 덮었던 켈리 포니아의 산불 등등 산 넘어 산으로 끝나지 않는 문제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환자 기록을 세우고 있는 나라 미국에서 살고 있는 나는 제발 이것이 꿈이기만 바랬던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미국 회사에 취업이 되어 구글과 애플 본사들이 있는 실리콘 벨리에서 일한다는 것은 한국에 있는 식구와 친구들에게 자랑이자 부러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사람들로부터 걱정과 조롱거리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자택 근무로 제한된 공간에서 살고 있는 나는 Bill Murray의 영화 Groundhog Day처럼 같은 일들이 매일매일 반복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여자로 태어나 직업을 갖고 일한다는 것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적어도 내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90년대 초반은 그랬다. 초인류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남자가 아니기에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 지지 않았다. 난 이러한 불편한 차별에 억울하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내가 숨 막히게 답답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성이었다. 나의 개성과는 상관없이 유행에 따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향수를 쓰고 같은 색의 화장을 하는 같은 곳만 바라보는 한국은 다양한 개성을 인정을 주시 않은 사회였기에 답답하고 나랑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다고 특별히 다른 삶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여자의 삶이 획일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간 친구들의 큰 꿈은 능력 있는 남자와 결혼해서 인생을 바꾸어 보겠다는 생각에 늘 의문점이 있었다. 성공한 남자 만나기 위해 여자는 공부를 열심히 하야 하는 건 좀 자존심 상하지 않은가? 그냥 내가 성공하면 되면 되는 것 아닌가?

내 나이 서른 가까운 나이 친구들이 결혼해서 첫아이 돌잔치할 때쯤 난 미국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이민 가방 세 개 들고 미국에 혼자 오게 되었다. 누구나 겪는 이민 생활의 어려움은 나에게도 있었다. 치열하고 힘든 이민 생활이었지만 “자유”라는 물을 마시며 그동안 한국에서 여자로 살면서 답답해했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사는 켈리 포니아는 더욱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라서 나는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겨울에도 여름옷을 입을 자유.

점심시간을 같은 시간에 나가서 같이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 자유

개인 사정이 있으면 상사보다 일찍 퇴근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는 자유

남편을 따라서 미국에 온 것이 아니라 나 혼자 미혼 여자로 미국에 올 수 있었던 자유


나의 미국 생활은 물론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고 내가 경제 강대국에서 제대로 살고 있구나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지금 미국은 코로나 방역이 제일 안되고 있는 문화 후진국이 되었고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를 외치는 말도 안 되는 나라가 되었다. 물론 모범을 보이지 않는 현 미국 대통령이 크게 한몫을 한건 사실이다. 연정부 보다는 주정부의 결정과 실행이 이루어지는 미국은 한국처럼 국민들을 통일성 있게 하나로 이끄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그동안 전쟁, 가난, 군사정권 , IMF들을 겪으면서 한국은 많은 국난을 겪었고 함께 이겨나간 민족이다. 코로나 방역을 함께 이겨나가는 모습을 미국에서 바라보는 난 무척 부럽고 자랑스럽다.

한국과 미국의 2주 자가 격리를 어떻게 하는가만 보아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미국은 2주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식이고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코로나 환자가 생기면 추적을 하는 과정 또한 미국은 불가능하다. 난 여기서 정치를 다루고 싶지 않다. 현 문정부가 잘하고 있느니 못하느니 관심은 더더욱 없다. 코로나 테스트를 자제해서 감염자 수를 조작하여 감염자 수가 적은 것이라는 설도 중요하지 않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그동안의 겪었던 국난을 이겨 나갔던 것처럼 이번의 코로나도 잘 극복하고자 하는 “하나” 가 되는 일반 국민들의 마음이다.


세상에 완벽하게 좋고 나쁜 것은 없다. 모든 것에 양면이 존재한다. 그렇게도 답답하던 한국의 획일적인 문화와 민족성이 코로나 방역에 있어서 세계를 부럽게 하는 장점이 될 수도 있으니.


미국은 잘하고 위대한 점도 많지만 못하는 것도 참 많은 나라다. 지금 미국은 역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을지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력의 국가 미국이 글로벌 펜데믹에 모범을 보이지 못한 수치심을 뒤로하고 부디 2021년에는 백신 개발과 경제 회복으로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일단 이번 주에 치르고 있는 새 대통령 선거부터 수치심 없는 결과를 얻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발.


작년에 오늘 난 한국에 방문 중이었다. 한국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을 구글에서 친절하게 리마인드 해준다. 불과 일 년 전 사진인데 백 년 전에 사진처럼 아득하고 그립다. 이때로 돌아갈 수 있겠지?


미국의 대통령 선거로 마음이 온통 웅성거렸던 오늘 한국의 가을이 아프도록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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