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면접 뽀개기
넉넉히 시간을 잡았다고 생각해서 나왔는데 처음 가는 길이라 1, 2분 늦게 면접장에 도착했다.
10분을 남겨두고는 전화까지 왔었다.
"배고파 씨, 어디 계셔요?"
5분 거리라고 하니, 얼른 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추위를 뚫고 반쯤 뛰며 도착한 출판사는 오래된 전통만큼 외벽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올라가는 계단도 요즘식이 아니라 세로 폭이 무척 넓었고
사무실도 올해 처음 갔던 출판사보다 옛날 느낌...
덩치 좋은 인사담당자님이 방긋방긋 웃으며 가방을 이곳에 놓고 가라고 하셨는데
내가 "가지고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하자
뭐 중요한 거라도 있나요? 허허허 하시며 이쪽이 회의실이라고 안내해주셨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회의실에는 딱 한 분이 조용히 기다리고 계셨다.
살면서 한 명하고 면접한 건 M사 임원 면접 때 이후 처음이었다.
뭐지...?
실무진 면접인데 왜 한 분일까.
누구신지는 모르는 상태로 면접은 곧바로 시작됐다.
질문을 기록해보자면(순서는 정확하지 않다)
1. 편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작가님들은 조금 귀찮으실 수 있지만 내용이 재밌어질 때까지 피드백을 드리는 편이다. 그다음은 신뢰. 정확한 사실 확인을 통해 신뢰받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2. 만든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내가 만든 학습만화와 거기에 얽힌 문제와 에피소드를 말씀드렸다.
3. 다녔던 각 출판사의 장단점 및 이직한 이유
장단점을 솔직하게 말씀드렸고
1년 단위로 이직한 점에 대해서는 조금 우려를 하셨다.
대신 회사를 옮기면서 각각 배운 점이 있으니 그건 장점이라고 말씀하셨다.
4. 좋아하는 만화책 캐릭터는?
이건 가볍게 질문하신 듯하다.
나츠메 우인장의 냥코센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 하루가 지나서 정리하려니 까먹은 게 너무 많다 ㅜㅜ
메모장에는 이렇게 써놓았는데
-우리 출판사를 어떻게 알고 있나
-기획의 기회는 왜 없었나
-유튜브IP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어떻게 답했는지, 진짜 질문을 하셨는지 도통 생각이 안 나네...
면접을 보면서 배운 점은
-이력서는 나를 평생 따라다니는 내 증명서와 같다는 것
시장에서는 내 경력이 나를 증명해주는 보증수표(?)다.
올해 면접을 처음 본 출판사에서는 내가 재미 위주의 책만 골라서 편집한 게
채용하기 곤란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정보량이 많고, 부모님들 맞춤형 책을 만드니까.
반대로 이번에 면접을 본 곳은 재미가 가장 우선순위인 출판사이다.
-블로그 운영은 편집자 채용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 것
첫 출판사에서는 블로그 다 읽었다며 엄마 미소를 날려주셨지만 결국은 탈락했고
두 번째 출판사에서는 블로그 얘기는 한마디도 안 꺼내셨지만 결국은 1차 면접은 합격했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편집자들의 취준을 위해 정보를 담아놓은 곳인데
나름 내 편집 인생에 있어서 나와, 편집자 동지분들을 성장시켜준 고마운 블로그지만
경력으로 여기시지는 않다는 걸 깨달았다.
면접이 끝나고 뭐 묻고 싶은 거 있나, 하셔서
"혹시 팀장님이신가요?"
라고 물으니
"아, 본부장입니다."
라고 하셔서 화들짝 놀랬다.
그러면서 더 깜짝 발언을 하셨는데
"제가 임원이니 임원면접은 통과하셨고 사장님하고 면접 보면 됩니다~"
네?!
듣고나서도 이게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1차 면접 통과하셨어요~ 다음 일정은 내일 오후 2시 괜찮으세요?"
"아, 아뇨!"
"네 그럼 언제가 좋으세요?"
"다음주는 언제든지 좋아요."
그렇게 해서 사장님을 만날 날을 감히 내가(?!)정했다.
월요일 오후 2시 30분!
주말 동안 '면접왕 이형' 유튜브 보고,
경영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책을 통해 배우고,
무엇보다 내 생각을 정갈하게 다듬는 시간으로 삼고자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블로그를 다시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실패해도 후회없이!
그렇기 때문에
실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