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3화
우리 엄마는 정말 깔끔한 사람이다.
그 덕분에 나도 기본적인 정리 습관은 닮았지만,
엄마 눈엔 여전히 지저분한 어린아이일 뿐이다.
요즘 엄마는 침구류에 진심이다.
좋은 이불이 눈에 띄면 늘 사서 도전해 보고,
계속 업데이트하듯 우리 가족 침대를 바꿔주고는 한다.
엄마의 취향 덕분에 나는 어떤 검색이나 비교도 없이
늘 포근한 침대를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침대 위에 누워 있을 때면,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포근함과 엄마의 사랑이 느껴진다.
아직도 내가 혼자 사는 집보다
엄마와 함께 살던 본가의 침대가 훨씬 포근하고,
훨씬 더 잘 자고, 더 잘 쉬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엄마는 이불만 챙기는게 아니다.
매일 아침이면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잠든 가족을 부지런히 깨운다.
아침이 되면 가장 생기 있고, 에너지가 높은 사람은 늘 엄마였다.
보이지 않는 모든 일상 곳곳에서도 마치 슈퍼우먼처럼 모든 걸 척척 해내는 사람이었다.
평생 우리 가족을 위해 애쓰고, 기꺼이 지지해주던 사람.
그래서일까.
엄마가 없는 삶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마음이 휑해진다.
엄마가 없으면 우리 가족이 무너질 것만 같다는 두려움.
동시에, 내가 더 단단해져서 가족에게 새로운 중심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들고.
엄마를 너무 사랑하고, 그만큼 너무 고맙지만..
현실의 나는 매번 사소한 짜증을 엄마에게 툭툭 던지고,
엄마를 감정 쓰레기통처럼 대하곤 한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정작 엄마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불효녀다.
혼자서도 뚝딱 뚝딱
잘 해 낼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엄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내고 싶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런 에너지도, 여유도 없는 것이
어쩌면 진짜 마음도 없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저 편하게 달콤한 보살핌만 받고 싶어서
입만 벌린 채 엄마만 바라보는 어린아이로 남는다.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러우면서도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미안하다.
어쩌면 이건
‘내가 뭘 해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무력한 방어기제일지도.
비난받는 걸 피하고 싶은 마음,
실패가 두려워 도전조차 미루는 태도,
그리고 스스로를 이미 정해진 틀에 가둔
나 자신에 대한 편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 곁을 떠나 독립한 지금이라도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연습하고 싶다.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
가족을 지키는 방법,
그리고 엄마에게 기대기만 하지 않는 방법.
언젠가는,
내가 엄마의 아기 같은 딸이 아닌
엄마에게도 의지가 되는 존재가 되기를.
그것이 어쩌면 내가 이 가족을 더 소중히 지키고 싶고
조금씩 달라지고 싶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고,
남은 시간은 짐작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오늘을 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하는 요즘.
하지만,
마음과 행동 사이의 거리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그 간극이 속상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