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부셔도 한 걸음씩

2부 2화

by 수애나

오래도록 틀에 박힌 세상 안에서 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달려왔다. 목표만 바라보던 나의 시야는 어느새 점점 좁고 편협해졌다. 조금은 위험할 수 있는 것을 싫어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 약간은 유연성이 없는 뻣뻣한 사고. 그리고 늘 같은 사람만 만나며 자란 환경. 아마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것이다.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는 게 두렵고, 낯선 도전을 꺼리는 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감정에도 솔직하며, 가끔은 무모할 정도로 새로운 것에 끌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의 행동과 감정을, 마치 부품을 하나하나 뜯어 살펴보듯 관찰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가끔 나를 부품처럼 뜯어 살펴본다. 내가 왜 어떤 상황에서 특정한 행동을 했고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이해하기 위해. 예전에는 관계를 회복하려고만 나를 살폈지만, 이제는 타인이 아니라, 나를 위해 나를 이해하려고 나를 들여다본다.


그 결과, 나의 문제는 못하는 내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는 것이었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의식한 걸까? 아니, 그보다는 '모든 걸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자꾸 가로막았다. 누구든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실수에 깊게 집착하지 않는다. 못하면 못하네, 웃기면 웃기네 하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낸다. 그러므로 혹여나 못하는 나의 부끄러움은 결국 한 순간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너무 못하는데도 자신 있게 도전하는 사람이 참 멋져 보인다. 배우려는 의지, 시도하는 용기, 그 자세가 그 사람을 반짝거리게 만든다. 그런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언젠가 꼭 성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의 변화를 느낀다. 물론 잘 못하는 나를 드러내는 순간은 여전히 괴롭다. 현타와 부끄러움이 번갈아 오고 마음속에서는 수십 번 스스로를 책망하게 된다.


의욕 넘치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괜히 더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열정이 눈부시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숨 막히게 만들기도 했다.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더 빨리 가야 할 것 같은 압박. 혹은 상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아 느껴지는 상실감과 실패감. 머리 안을 맴도는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 '나는 왜 이렇게 잘하는게 없을까.' 와 같은 생각들. 나는 그런 에너지 앞에서 더 위축되었고, 오히려 내 속도와 능력이 더 떨어지는 걸 느끼곤 했다.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나는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다. 완벽하지 못할까 봐, 실망할까 봐, 나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의심하며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남과 비교하기 보다는 그냥 나의 속도대로 가자.

그냥 하다 보면 어느 순간씩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에는 손을 꼭 잡아야만 걷던 길을, 어느새 혼자서 학교까지 걸어가게 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어린 아이가 자라 지금의 우리가 되었던 것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단기적인 시선에서 눈에 띄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달라져 있다.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여전히 들지만, 이런 나의 스타일 또한 이제는 인정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리게 가도 괜찮다고. 나는 그렇게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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