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나, 마음 둘

02

by 수애나

사람마다 사랑 방식이 다르다 하지 않는가. 우리 사이엔 분명 사랑이 있었지만, 온전히 함께하고 있다는 감각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웃는 모습만 봐도, 뭐든 얘기만 해도 다 귀여웠다. 우리는 집순이와 집돌이였고, 연애 초반부터 서로의 공간에 금방 익숙해졌다.


도서관, 카페, 그리고 집 데이트. 각자 일하며 나란히 앉아 있는 시간, 야식에 맥주 혹은 위스키 한 잔 나누던 밤. 아침이면 나는 오빠를 위한 커피를 내리고, 오빠는 내 영양제를 챙겼다.


그는 내 피부를 부러워하면서 “나도 피부 관리 해줘~ 넌 어쩜 피부가 그리 좋아? 혼자 좋을 거야?”라고 했고, 나는 정성스럽게 모델링 팩을 발라줬다. 그렇게 예쁘고 조용한 평온함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하와이안 새우볶음밥, 흑돼지가 듬뿍 들어간 김치찜. 컨디션이 안좋을 땐 나를 위해 말 안 해도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었다. 다정한 포옹과 함께 나누는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 나는 우리 사이의 평온한 온기를 사랑이라 기억하게 됐다.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났다. 나는 사소한 얘기들을 자주 나누고 싶고, 연락도 자주 하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오빠는 “카톡을 자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쪽이었다. 나야 그냥, 오빠에 대해 더 알고 싶었던 건데. 근데 그 반응이 애매하니까, 맞춰야 하나? 내가 너무 귀찮게 구는 건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전화는 잘 했지만, 늘 딴짓을 곁들인 통화였다. 나는 대화에 집중하고 싶고, 그는 자유롭게 흐르는 시간을 편안해하는 스타일. 뭐, 친구 사이에도 있을 수 있는 거리감이니까 이해는 했다. 그건 그냥 나와는 다른 방식의 자유였던 거다. 사실 나도 서로에게 집중하지 않을 거면 각자 쉬는 게 낫다 주의인데, 그걸 말하지 않았으니까… 그는 몰랐을 거다. 결국 우리는 ‘다르다’는 걸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던 거지.


어느 날, 집 데이트가 좀 지겨워져서 “우리 이제 주기적으로 밖에서 데이트하자”고 했더니, 오빠는 등산하고 카페 들르는 코스를 짜왔다. 여름 산행은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색다른 하루라 좋았다. 나도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과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늘 동시에 있었던 것 같긴 하다. 역시 밖을 좋아하는 집순이는 어려운 존재겠거니 싶다.


우리 사이엔 콩 볶는 소리 같은 다정함이 있었다. “오늘 뭐가 바뀐 것 같지 않아?” “운전 중에 김밥 좀 먹여줘~” 운전하면서 손을 잡아달라는 오빠는, 늘 나를 귀엽다고 했다. 근데 나는 예쁘다는 말을 듣지 못해서 괜히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게 뭐 대단한 말이라고. 예쁘다는 말도 듣고 싶었는데. 그렇게 나는 점점, 내가 뭘 바라는지 말하는 일이 어려워졌고 속은 복잡해졌다.


그는 감정을 잘 읽는 사람이 아니었고, 나는 감정을 말로 꺼내는 걸 어려워했다. 내 표정이 굳어도, 감정이 살짝 빠져나가도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내 안에 작은 혼란이 자라났다. 같이 있는 건 좋은데, 그 시간이 함께 ‘나눠지는’ 느낌은 점점 줄어들었다. 좋았지만, 그래서 더 헷갈리고 더 복잡했던 연애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내 이상형을 그대로 출력한 듯한 사람이었다.

함께한 시간도, 설렘도 너무 좋아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감정이 자꾸 떠오른다.

식탁에 마주 앉았던 그 순간들까지.

이건 정말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이상’을 사랑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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