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다름을 조율하는 중이었지만,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먼저 멈춘 연애였다. 그는 맞춰주는 사람이었다. 내가 원하는 걸 말하면 가능한 한 맞춰보겠다고 했다. “말해주면 노력해볼게.”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말하는 게 어려운 사람이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고, 어색해질까 봐, 관계에 피로감을 줄까 봐,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 아닐까 싶어 늘 조심하고 망설였다. 그는 눈치는 없었지만 성의는 있는 사람이었다. 자기 방식대로 충분히 사랑 해주는 사람이었으나, 나는 표현이 부족하면 혼란스러워지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아주 다르진 않았지만, 표현의 온도에서 ‘조금 다른 결’이 쌓이면서 나는 점점 길을 잃었다.
밖에서 손을 잘 잡지 않던 그는, 함께 걷고 있어도 어딘가 따로 걷는 기분을 들게 했다. 나는 자주 섭섭했고, 그런 날이 쌓이면서 혼자 마음을 줄이곤 했다. 우리는 싸우지 않았다. 그는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고, 나도 그런 그 앞에서 마음을 조용히 접는 사람이었다. 싸우는 것이 오히려 소원이 될 만큼, 싸움까지도 가지 않는 거리감이었다.
어느 날, 용기 내서 말했다. “밖에서도 손을 잡고 싶어.” 그 후 어느날, 그는 조심스럽게 내 손을 먼저 잡아주었다. 그 순간, 나는 감동했고 우리가 다시 잘 맞춰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같은 날, 나는 오빠에게 해맑게 웃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일주일 동안 못 볼 것 같아. 나 보고 싶겠다… 괜찮겠어?”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응, 괜찮아. 나 바빠.”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멈추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그날 처음으로 밖에서 내 손을 먼저 잡았고, 나는 그날 그에게 이별을 말했다. 그가 바뀌기 시작한 바로 그날, 나는 그를 놓았다. 그의 입장에서는 너무 쉽게 이별을 말한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는 여러 번 슬퍼하고, 혼자 조율하던 감정의 끝이었다.
나는 그가 너무 예뻤기에, 마지막까지 웃고 장난치며 그를 응원하며 이별을 전했다. 그는 표현이 부족한 사람이었고, 나는 그 표현을 기다리다 조금씩 지쳐버린 사람이었다. 내가 더 잘 말했더라면, 우리가 더 많이 대화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지만 나조차도 쉽게 바뀌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의 틀에 맞춰야 했다. 하지만 나 역시, 나를 잃어가는 연애를 오래 이어갈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내가 너무 사랑하는 그보다 나 자신을 더 사랑했다.
그 사람은, 내가 바라는 걸 몰랐던 게 아니라 내가 바라는 걸 들을 기회를 얻지 못했던 거다.
그리고 나는,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다정한 손길을 뒤로하고 조용히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