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조 Feb 05. 2019

가난해서 헤어졌다고 슬퍼할 이유는 없잖아?

찌질한 인생 이야기

5년, 엄청 길다고 할 순 없지만 짧다고도 할 수 없는 시간

너의 집 지하 주차장에서 우린 그렇게 5년의 마지막 마침표를 이야기했다.

오빠, 나 정말 노력하려 했는데 그게 잘 안돼


나 또한 그 동안의 너의 노력과 고민을 알고 있었기에 그래서 그 말에 담겨 있을 무게감을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담담히 이야기했다.

괜찮아. 그건 그냥 어쩔 수 없는 거야.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 후로도 우린 두 시간 동안을 너무나 지극히 평범한 연인처럼, 마치 평소의 그날처럼 서로의 이야기들로 차 안을 가득 채워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넌 나에게 말했다.


오빠 다음엔 진짜 좋은 여자 만나. 내가 미안해. 하지만 난 자신이 없어.


도대체 넌 머가 그리 미안하다고 하는지.  사실은 내가 더 미안할 뿐인데...

괜한 너의 말에 나는 괜히 호기롭게 말했다.


나 이제 조건보고 만나려고  다음엔 돈 많은 여자 만날 거야.


돈 많은 여자가 나 같은 걸 만나주기나 할까. 하지만 난 너에게 장난처럼 너스레 그렇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바보 같은 말이었던지...

항상 네가 나를 혼냈던 것처럼,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뱉어 버린 말이었는 걸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그날만은 넌 나의 생각 없는 말을 그저 슬픈 눈으로 웃으며 받아줄 뿐이었다.


조심히, 잘 지내


우린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내일 다시 볼 것처럼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눈물도 흘리지 않고 그냥 담담하게 그리고 너무나 평범하게.  

그렇게 우린 2018년의 마지막 날에 서로에게 이별했다.


그리곤 2019년이 되었다.

사람들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다짐을 하고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분주하다.

사실 어제의 하늘과 오늘의 하늘, 어제의 햇살과 오늘의 햇살, 어제의 바람과 오늘의 바람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새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무엇이든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내 눈엔 어제와 오늘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굳이 새로울 것도 다시 다짐할 것도 없다. 그저 똑같은 하루에 불과할 뿐이다.

오직 단 하나, 2019년의 하늘엔 더 이상 네가 없다는 것 외에는...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을 내가 제일 몰라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