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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Jan 30.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24번째 끈

‘흰’

하나. 흰 숨

횡단보도에 서 있다. 시간은 오전 8시 30분. 기온은 영하 12도. 사람들이 지나간다. 입을 연 사람들에게선 ‘하얀 입김’이 나오겠지만 이 아침의 사람 대부분은 입을 굳게 다물고 종종걸음으로 걷는다. 그들의 얼굴에선 ‘흰 콧김’이 나온다. ‘사람이 숨을 쉬고 있다’라는 문장이 지나간다. 이 사람들은 살아 있다. 바로 지금 여기에.


둘. 흰 마스크

‘하얀 마스크’에는 채 마르지 않은 파운데이션과 립스틱 자욱이 남기 일쑤. 그래도 살기 위해 쓴다. 지하철에 올라타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마스크를 써도 전혀 가려지지 않는 실루엣. 코와 입과 통통한 뺨의 윤곽은 그냥 나다.


셋. 흰 눈

‘흰’ 종이를 노려보며 ‘흰’ 이라는 글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흰 눈’이 폴폴 내리기 시작했다. 하나둘 나리는 눈송이에 감상에 젖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눈이 뒤덮어 ‘흰 세상’이 왔다. 영하 아래로만 파고들던 기온이 잠깐 영상으로 올라왔다고 신이 났나보다. 아무도 밟지않은 부분만 골라 꾹꾹 밟아가며 천천히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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