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것의 설렘
전화가 오다. 사람이 오다. 마음이 오다.
오는 것들 때문에 차가운 마음이 요동친다.
그리고 오는 이들에게로 마음이 간다.
전화가 왔다.
보일러 동파를 핑계삼아 놀러 가겠다 했던 것을 부모님 방문을 이유로 거절한 게 못내 마음이 쓰였나보다.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여보세요.”했더니 대뜸 “힘들어?”하고 물었다. 알알이 매달린 작은 슬픔들이 후두둑 떨어질 것 같아 “괜찮다”했다. 사실 안괜찮았지만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조금씩 괜찮아졌다.
“내가 갈게. 우리도 밥이나 먹자.”
언제나 설레는 말.
수고를 마다않고 선뜻 나 있는 곳으로 몸을 움직여주는 사람. 과 밥 먹을 날이 기다려진다.
나도 먼저 가는 사람이고픈데, 정말 가고 싶은데, 몸을 움직이지 못할 때가 있다. 슬픔이든 분노든 감정 변화로 얼어버린 마음은 사람의 온기로 녹이는 게 직빵이지만, 날씨도 춥고 기력도 쇠해 많이 얼어있을 때는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하나, 괜히 기분을 망치는 건 아닐까 말도 못꺼낼 때가 있다.
작아진 마음 때문에 통하는 길마저 좁아지기 일쑤. 그럴 때는 우선 나에게 간다. 펑펑 울고 걷고 쓰고 반쯤 흘려보내고나면 다시 갈 기력이 생긴다. 나에게 와주던 사람들에게 한 걸음씩 두 걸음씩 마음을 보내야지. 길 잃지 않고 잘 도착해야 할텐데. 길치라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