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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Jan 28.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22번째 끈

오는 것의 설렘

전화가 오다. 사람이 오다. 마음이 오다.

오는 것들 때문에 차가운 마음이 요동친다.

그리고 오는 이들에게로 마음이 간다.



하나. 전화가 오다


전화가 왔다.

보일러 동파를 핑계삼아 놀러 가겠다 했던 것을 부모님 방문을 이유로 거절한 게 못내 마음이 쓰였나보다.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여보세요.”했더니 대뜸 “힘들어?”하고 물었다. 알알이 매달린 작은 슬픔들이 후두둑 떨어질 것 같아 “괜찮다”했다. 사실 안괜찮았지만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조금씩 괜찮아졌다.


둘. 사람이 오다


“내가 갈게. 우리도 밥이나 먹자.”

언제나 설레는 말.

수고를 마다않고 선뜻 나 있는 곳으로 몸을 움직여주는 사람. 과 밥 먹을 날이 기다려진다.

한강의 시.


셋. 나도 가야지

나도 먼저 가는 사람이고픈데, 정말 가고 싶은데, 몸을 움직이지 못할 때가 있다. 슬픔이든 분노든 감정 변화로 얼어버린 마음은 사람의 온기로 녹이는 게 직빵이지만, 날씨도 춥고 기력도 쇠해 많이 얼어있을 때는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하나, 괜히 기분을 망치는 건 아닐까 말도 못꺼낼 때가 있다.


작아진 마음 때문에 통하는 길마저 좁아지기 일쑤. 그럴 때는 우선 나에게 간다. 펑펑 울고 걷고 쓰고 반쯤 흘려보내고나면 다시 갈 기력이 생긴다. 나에게 와주던 사람들에게 한 걸음씩 두 걸음씩 마음을 보내야지. 길 잃지 않고 잘 도착해야 할텐데. 길치라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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