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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Apr 16.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64번째 끈

마시고 달래기

01 샛노랑 바나나우유


여느 때보다 일찍 나왔지만, 커피를 사가기는 애매한 시간이 남았다. 편의점에 들어간다. 당기는 게 없다. 만만한 달콤이 노랑색 우유를 산다.

월요일 아침 회의에, 어젯밤 자기 직전까지 무얼 먹은 탓에, 그냥 기분이 좋지 않은 탓에. 구륵구륵 위장이 슬피울었다.


02 라테 한 잔


겨우 모은 열 개짜리 쿠폰으로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그리고 곁담으로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곧게 마주친 눈동자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든 눈을 오래 마주치다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03 맥주 500cc 캔


노란색 리본을 하나 받았다. 손에 쥐고 빅이슈를 한 권 샀다. 집으로 걸었다. 얇은 잡지를 안고 걸어왔다. 맥주를 한 캔 샀다. 긴 거로.

집에 와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또 내쉬었다. 심호흡 수차례와 맥주 수모금. 나를 달랬다. 내리. 잔에 부어 마셨다. 도무지 달라지지 않는 것들에 달래지지 않는 나. 오늘은 이상한 꿈을 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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