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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Sep 23. 2018

<삼삼한 이야기> 그 197번째 끈

生日

01 난 날

내가 아는 어떤 이는 가족끼리 서로 생일을 챙기지 않고, 자신도 생일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태어난 달을 특별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나는 해마다 생일이 가까워져오면 같은 생각을 한다. '생일, 그게 뭐라고. 내가 정한 날도 아니잖아.'

그런데도 왜 9월만 되면 마음이 붕 뜨고 다른 달보다 9월을 좋아하고 애착을 품는지. 왜 날짜가 20이 넘어가면 더 자주 캘린더를 들여다보는지. 절기상 '추분'에 태어났다는 TMI를 왜 자꾸 발설하고 다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니, 사실 알겠다. 내게 가장 특별한 내가 의지와는 관계없이 세상에 던져진 날이니까(유아독존).


이마트는 휴점하는 내 생일(TMI).

02 생일, 생의 한가운데

생일이라 고른 건 아닌데, 밖에 나가면서 황급히 챙긴 책은 <생의 한가운데>였다. 루이제 린저의 소설이고 전혜린이 번역했다. 한참 전에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 좀 집중이 안 되길래 놓았다가 펼쳤다가를 몇 번 반복했다. 이 책에는 모험과 생 그 자체를 너무 사랑하는 여자 '니나'가 등장한다.

생에 대한 욕구가 너무 강렬해 사랑도 진하고 깊게 자신을 던져가며 하는 그녀는 매혹적이다. 대강 하고 대충 치워버리는 사람보단 진지하고 깊이 있게 접근하는 사람이 매력적인 것처럼. 이 생일을 기점으로 그런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다. 글쎄. 나도 모험과 생이 참 좋지만 싫은 것도 한 더미라... 말줄임표로 생각을 마쳤다...



03 축하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많은 축하를 받았다. 생일축하를 구실로 오랜만에 연락하게 된 친구들이 많았다. 소수의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사람이라고 나를 말해왔는데, 생각보다 친구가 많아서 놀랐다.

옆방 사는 친구는 생일선물만 서너 개를 안겨서 자꾸 웃게 하고, 서울로 출장 온 친구는 잠깐의 짬을 이용해 왕십리에 달려와 선물을 안겨줬다. 한 친구는 앞으로도 함께하자는 찡한 메시지를 남겼고, 어떤 친구는 아부지가 출연하시는 축하영상을 찍어 보내줬다. 축하의 방법도 가지각색이라 질릴 새 없이 즐거웠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더 사랑하고 살고 싶다.

고 생각하며 만 스물 다섯, 생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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