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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Jan 14. 2019

<삼삼한 이야기> 그 221번째 끈

부유

01 부유


02 잠

꿈도 꾸지 않고 푹 자는 날이 있고, 어떤 밤은 잠과 깸 사이에서 부유한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의식에 빠진 상태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 알람이 울릴 때까지 지속된다.


분명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을 뿐 깨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 날 눈에 띄게 피곤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신은 깨고 몸은 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럴 땐 일어나기는 싫지만 이왕 제대로 못 자는 거 눈 앞에 책이나 영화 같은 게 실컷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03 신분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직장인이 아니고 어디에 적을 두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프리랜서 또는 백수라 말한다. 붕 떠 있다. 모든 것의 토대는 생산력, 경제력임을 이제 알겠다. 생산 경제력은 부족하고 소비력만 충만하다. 시간은 아주 많다가도 잠깐이라도 일을 하면 아주 적어진다. 싫지도 좋지도 않은 상황이 주욱 이어지고 있다.

혹자가 나를 보면 이 시대 청년의 단면이라고 말할 거다. 신문 사회면에 양모 양의 케이스로 소개되어도 어색하지 않다. 퇴사를 하고 놀고 있는 프리터족인 나 개인의 선택이 전부가 아니다. 괜찮고 적당한 일자리는 적고 백수 청년의 사회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 사회 현상이 겹쳐져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시간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 논리다. 하지만 웬만큼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돈을 벌려면 남는 시간이 없다. 그 선택이 싫어 이 선택을 했다, 나의 경우는.

아주 많은 양의 시간과 적당한 양의 돈을 맞바꾸며 사느니 적당한 시간과 적은 돈을 바꿔 자족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다. 최선도 최악도 아닌 선택이다. 가끔 현실과 욕망에 치여 비참해지기도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종종 생각에 빠진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초라해 보이는 때도 있다. 공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 이 순간에도 발을 딛고 서 있는 것은 분명한데 도무지 정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게는 그대로인데 내가 서 있는지 하강하고 있는지 상승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처한 현실 안에서, 2019년의 대한민국에서 부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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