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3가지 생각
버스를 타니 땅이 펼쳐져있고 그 위를 걷지 않고 슝슝 움직이는 게 어색하다.
(건대 가는 721번 버스 안에서)
어릴 때부터 거리를 걸을 때나 탈 것을 탈 때, 홀린 듯이 고개를 빼들고 간판을 읽는 습관이 있었다.
글을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계속 간판을 읽었다.
오고 가는 두 시간 동안 버스를 탄 오늘도 샹떼 코인 노래연습장, 늘푸른 부동산, 바이진 네일 등등의 이름들을 만났다.
(돌아오는 721번 버스, 어린이대공원 쯤에서)
'아 여기서 팀플을 했지, 그리고 밥을 먹으러 갔었는데...'
'집회에 나왔다가 밥 먹고 다리 밑 조형물을 구경했는데, 그것도 벌써 작년이구나.'
하고 반가운 기억들이 생각났다.
내가 아는 서울이 참 많아지고, 여러 기억도 쌓여간다.
즐거웠던 쓸쓸했던 유쾌했던 비참했던 설렜던 답답했던...
기억의 색이 많아질수록 이 도시와 나의 관계는 더 찐득찐득해진다.
(여전히 721에서 을지로를 지나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