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한 이야기> 그 67번째 끈

오늘의 세 사람

by 수수한

01 편의점 학생


자주 가는 동네 편의점 알바생이 바뀌었다. 딱 봐도 고등학생같은 앳된 얼굴의 남학생. 보통은 멜론 TOP100 정도의 셋리스트가 나오는 이 매장의 분위기가 바뀐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 어색함의 근원은 '오아시스'.


남학생은 아마도 제 취향인 오아시스를 쿨하게 틀어놓고 계산도 해주지 않고 무심하게 딴짓을 하고 있었다.

'오아시스라니, 뭘 좀 아네.'라는 생각을 하며 총총 비 오는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플레이리스트에 오아시스의 노래를 무더기로 추가.

지금은 한 때 내 최애곡이었던 Whatever이 흘러나온다.

I'm free to be whatever I, whatever I choose and I'll sing the blues if I want~

추신) 저녁에 보니 오늘자 멜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는 Oasis가 당당히 2위에 올라있다. 왜죠...? 비가 와서 다들 모던락 감성?



02 세탁소 아저씨

얼룩이 진 코트를 '두 번' 세탁해주신 세탁소 아저씨.

분명 맡길 때는 "이거 얼룩 오래됐죠? 안지워질걸요?"하고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서 괜히 들고간 내가 뻘쭘했지만, 오늘 보니 그건 그냥 '밑밥'...

얼룩은 말끔히 지워져있었다.


과하게 좋은 마음을 표현하니,

"그거 클리닝 두 번 돌렸어요. 싹 빠지더라고."하고 코트를 걸어서 짠하고 보여주신다.

실력을 뽐내듯 말씀하시는 게 귀여워 못 참고 웃을 뻔 했다.

다음에도 얼룩빼러 가야지.



03 안톤 체호프


일과를 하다 옆에 놓여있던 체호프 단편을 두어 개 읽었다.

러시아 문학과는 친하지 않아서 극작가로 이름만 몇 번 들어봤던 작가인데, 이 분... 만만치 않다.

수록된 첫 단편소설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체르뱌코프의 뱃속에서 무언가가 터져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로 그는 문을 향해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흐느적흐느적 밖으로 걸어나갔다.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기며 집에 돌아온 그는 관복을 벗지도 않은 채로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죽었다."


"네?"라고 고함을 지를 뻔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작가의 단호함.

말 한 마디에, 밥 한 숟가락에 매혹당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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