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아주 가끔 편안한 프로그램을 좇는다.
운이 좋게 방영 중인 두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같은 제주라도 내 집에서 느낄 수 없는 단 내 나는 여유와 어떤 이국적인 여행지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낭만적인 풍경을 대신해 겪어주는 영상에 붙잡혀있다.
불꽃 같다고 묘사되는 전혜린의 글은 그녀 없이도 형형하다.
집안은 타고나기를 잘 닦여 있었고 정신적인 것에 탐닉했던 성향은 낭만적이고 위험해보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쩐지 요즘에는 그녀의 업적을 두고 왈가왈부 말이 많더라만, 더 억압적이었을 시대 안에서도 심지가 단단했기 때문에 자유롭게 사고하고 반대하고 치열하게 쓸 수 있었던 여자. 그녀의 글이 좋다. 읽고있자면 어쩐지 나 또한 감화되어 밥 대신 커피를 들이키며 밤새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지상 목표를 인식(선과 미)에 두고 매일의 생활을 노력의 과정이라고 보고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그 과정 과정에 충실한 넘친 생을 누려줘.
자아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끊지 말고 자기를 미친듯이 사랑하고 아끼되 자기의 추나 악을 바라보는 지성의 눈동자도 눈감지 말아줘.
- 전혜린, 동생 채린에게 쓴 서간 중에서
취하게 하라. 언제나 너희는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의 문제다.
너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너희를 지상으로 누르고 있는 시간이라는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너희는 여지없이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얼 가지고 취하는가?
술로 또는 시로, 또는 당신의 미덕으로,
그건 좋을 대로 하시오. 그러나 하여간 취하여야 한다.
무엇에 취하여야 하는지.
오늘은 질문에 취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