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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Sep 10. 2021

커피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꿈꾸는 COE

상생을 위한 고품질 원두를 찾아내기까지

[출처] Unsplash

석유에 이어 세계 무역 거래량 2위를 기록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바로 '커피'다. 커피는 세계적인  유통량에 이어 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 역시 고도화되어가고 있다. 미국, 일본에서 시작된 고급 원두, 스페셜티 커피를 현재 우리나라를 필두로 다양한 국가로 공급되고 있다. 카페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드립, 스페셜티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고급 원두 시장의 주축엔 'COE', Cup of Excellence라는 커피 대회가 있다. COE는 쉽게 말해, 커피 생산국들이 참여하는 커피 올림픽이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한 해 최고의 원두를 가려내는 이 대회는 커피의 품질을 평가한다는 표면적인 목적이 있지만, 그 내면에는 커피 원두에 얽힌 모든 이들의 상생을 위한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원대한 비전이 있다. 




최고 품질의 원두를 가려내는 대회, 

COE(Cup of Excellence)

[출처] cupofexcellence.org

'Cup of Excellence'(이하, COE)는 비영리 국제 커피 단체인 ACE(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가 주관하는 세계적인 커피 경쟁 대회이자 옥션 프로그램이다. 1999년에 브라질에서 시작된 대회로, 매년 브라질을 비롯한 브룬디,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멕시코 등 11여 개의 커피 생산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COE가 시작된 배경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1989년 커피 수입 할당제가 폐지되면서 생산량이 많은 브라질, 베트남 커피의 공급 과잉으로 커피 가격이 폭락했던 시기가 있었다. 커피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며 파산 위기에 처한 커피 생산자들이 점점 늘어나며 커피 산업의 위기가 찾아왔던 것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커피의 양이 아닌 '품질'에 눈을 돌린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고품질의 원두를 발굴해, 커피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고자 했다. 1997년 국제커피기구(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는 UN 산하 국제무역센터와 협업하여 <구르메 커피 기능성 개발 프로젝트>를 설립했다. 생산을 책임지지만 기술이 부족한 산지에 고품질 커피를 재배할 수 있도록 도와, 해당 국가의 커피 농부들이 경제적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구르메 커피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생산국에서 재배되는 최고 등급의 커피다. 대표적인 예로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 커피, 하와이의 코나 커피, 콜롬비아의 어거스틴 커피 등이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얼마나 커피를 생산하는지에 집중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두의 경쟁력, 즉 품질에 초점을 맞췄다. 고품질 커피를 찾기 위해 당시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협회 회장이었던 바르셀루 비에라는 커핑 콘테스트인 <Best of Brazil>을 기획하게 된다. 전 세계 컵 테이스터들을 초청해 6개 지역에서 출품한 315개의 커피를 선보이며 품질 좋은 커피들을 선별하는 콘테스트를 통해 상위 10위 안에 입상한 커피는 'Cup of Excellence'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이 대회가 바로 오늘날 COE의 시초였다.




COE, 최고의 원두를 가려내기까지

[출처] Unsplash

COE 심사는 약 3주간, 총 6번에 걸쳐 진행된다. 모든 단계에서 87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COE라는 명칭을 얻을 수 있다. 심사위원단은 커피 감별 전문가인 Cupper들로 이뤄져 있고, 이들은 ACE에서 공개한 커핑 폼을 기반으로 커피에 점수를 매긴다. 


ACE에 따르면 평가 기준은 로스팅 정도, 아로마, 결점두, 클린컵, 스위트니스, 어시디티, 바디감, 플레이버, 애프터 테이스트, 밸런스 등 10개가 넘는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심사 단계는 공정성을 위해 철저히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된다. 심사위원인 커퍼들에게는 원두의 정보를 사전에 전혀 제공하지 않고, 오로지 숫자로만 평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최대한 엄격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총 8700여 번의 커핑이 이뤄진다고 한다. 


COE의 심사 과정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Pre-Selection Round 1

사전 심사 단계로, 해당 국가 커퍼들이 ACE의 커핑 폼(Cupping Form)에 따라 87점 이상의 원두를 최대 150개까지 선정한다. 


2-1) National Jury Round 2 

동일한 기준으로 원두 샘플을 재평가해 최대 90개의 샘플을 골라낸다. 


2-2) National Jury Round 3 

Round 2를 통과한 원두 중에서 60개로 다시 추려낸다. 2단계까지가 국내에서 이뤄지는 단계에 해당한다.


3-1) International Jury Round 4 

3단계부터는 국제 심사위원단으로 넘어간다. 즉, 전 세계에서 선정된 커퍼들이 심사를 진행한다. 모든 단계를 재평가해 45개를 선정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앞서 받은 점수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선 단계에서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았어도, 이후 단계에서 결점이 보인다면 아웃이다. 


3-2) International Jury Round 5 

여기서 87점 이상을 받은 샘플이 바로 'COE 원두'가 된다. 대량 30개 정도의 커피가 최종 'COE 위너'가 된다. 나머지 커피 중 85점을 넘긴 커피는 'ACE National Winner'라는 타이틀이 부여된다. 


3-3) International Jury Round 6

마지막 단계인 Round 6에선 상위권 10개 샘플을 다시 평가해 최종 점수와 등수를 결정한다. 여기서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원두에는 'Presidential Award'라는 등급이 주어진다. 최종 심사가 끝나면 선정된 원두는 바로 포장하여 원두 별로 정확한 기록을 남기고 샘플을 신청한 구매자들에게 전달된다. 


COE 원두에 선정되고 약 6주 후에 온라인 경매가 개최된다. 여기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구매자가 해당 등수의 커피를 전량 구매하게 된다. COE 원두 경매에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점은 대회 순위와 경매가 순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취향과 트렌드에 따라 경매가가 설정되기에, 사람들의 커피 취향을 알 수 있다는 점도 COE의 묘미 중 하나다. 온라인 경매의 모든 과정은 공개되는 덕분에 커피 농부들, 구매자들 모두 판매된 금액의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상생하는 커피 생태계를 꿈꾸는 COE

[출처] Unsplash

COE는 커피의 품질을 평가한다는 원론적인 목적이 있지만, 커피 농부와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혜택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비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경매 수익금의 80% 이상이 농장주에게 그대로 돌아간다. (나머지 수익금은 COE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각 국가의 조직위원회로 돌아간다.)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기까지 커피 농부들이 흘린 땀과 노력을 인정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보상함으로써 이들이 추후에도 좋은 품질의 원두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COE는 소비자들에게는 다채로운 커피의 맛을 전하며 고품질 커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었다. 경매를 통해 각국으로 공급된 커피는 결국 카페로 들어가며 맛있는 커피를 원하는 소비자들과 이어진다. COE 수상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농장과 커피를 소개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 셈이다. 커피 생산자들이 노력한 만큼 그 대가가 공정하게 주어지고, 소비자들은 더욱 고품질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선순환 사이클이 COE를 기반으로 형성될 수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COE에 얽힌 재미난 팩트들

1. 대한민국에서의 COE? 

2015년에 일본 다음으로 많은 양의 COE 원두를 수입한 국가는 대한민국이었다. 또한 그동안 아시아에서는 커피 주도국인 일본에서만 국제 심판관으로 초청됐지만 2009년엔 처음으로 강릉 테라로사의 이윤선 실장이 니카과라와 브라질 COE에 초청됐다. 커피 산업 내에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사실들 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COE 원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그 시작은 국내 최초로 직접 옥션에 참가해 COE 커피를 낙찰받은 여의도의 '주빈커피'를 운영하는 송주빈 대표였다. 


2. 게이샤 원두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게이샤' 원두. 레몬과 베르가못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향미를 가진 이 커피는 가격이 비싸게 형성된 만큼 엄청난 경매가를 기록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게이샤 커피가 처음 나왔던 시기는 2004년 에스메랄다 농원의 피터슨 가족이 선보인 '에스메달다 게이샤'였다. 새로 매입한 농장 한쪽에 남아있던 나무에서 수확한 생두는 COE에서 1등 한 것과 더불어 엄청난 낙찰가를 기록하며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2004년 파나마의 베스트 오브 파나마 옥션 심사에서 쟈스민 향이 나는 커피를 발견했던 게 그 시작이었다. 모두가 에티오피아 커피라고 여겼던 이 커피는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생산된 게이샤 커피였다. 그 이후,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게이샤라는 새로운 열풍이 불게 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스페셜티 카페에선 게이샤 원두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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