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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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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REE Dec 05. 2016

파도타기

I see fire..

사진은 작년 3월에 찍은 사진이다. 제주도 들불축제. 오름 하나 전체를 태우며 올해 잘 풀리게 해달라고 소원을 비는 그러한 행사였다.


당시 1달 동안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으로 지냈고 남는 시간 동안 여행을 하며 지내다가 들불축제만은 보고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남아 있었다...


새로운 볼거리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추운 꽃샘추위였지만 불이 나면서 춥지 않았다.


I See Fire...

불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 내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쟁취하게 해주세요. "

하지만 그 소원을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쟁취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그것을 한 손으로는 쟁취하였다.





간절하다. 


간절했던 것을 내 손에 쥐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양손에 쥐어야 할 것인데 한 손에만 쥐고 있다. 아직 양손에 쥐려면 하나의 과정이 남아있다. 이 과정을 지나야 만 한다. 덜컥 겁이 나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치솟아 오른다.


나는 자신 있었다. 한 손에만 쥐고 있어도, 한 손에만 이라도 쥐게 해준다 하면 나는 더 이상 무서울 게 없었다. 그리고 주위에 모든 사람들이 잘할 것이라고 응원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하다 드디어 한 손으로 움켜잡았다. 뿌듯했다. 고마웠고, 다리가 풀렸다.


    사람 참 야속하더라.. 한 손에 쥐니 다른 손으로도 쥐어 양손으로 쥐고 싶어 지더라.

그전에 한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놓았던 것도 잊은 채. 그것은 까맣게 잊은 채 지내고 있더라. 내가... 

이제는 내가 쥐고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어쩌다 이렇게 됐니.


이것만 쥐어도 꼭 연락하겠다고. 잠시 동안 연락이 안되더라도 이해해달라며 상대방에게 부탁했었다. 아니아 어쩌면 강요에 가까웠다. 일방적인 통보... 잠깐이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당당하게 나타나고 싶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랬다. 하지만 막상 쥐게 되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싶어 지더라. 양손에 쥘 때까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싶어 지더라. 하지만 말하지 못하고 나타나겠다는 다짐만을 멀리한 채 잠시 더 웅크리려고 하더라.


    나란 참 야속하더라. 언제부터인가 내가 이렇게 약아빠졌을까. 내가 그토록 미워하고 싫어하던 '서울 사람' 차갑기만 하고 냉정하여 다가가기 어려운 그런 '서울 사람'이 바로 내가 되어버렸다. 

함께가 즐겁던 내 모습은 어디 가고, 인생은 혼자라는 말을 내 입으로 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충격.

앞뒤 재지 않고 남과 함께 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나를 재단하고 상대방을 재단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충격.

'부산사람'의 모습은 어디 가고, 나에게서 '서울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충격.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서울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그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변한 것일까.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로 속삭이다. 

"다 그런 거야. 어쩔 수 없어."


    마음 참 야속하더라. 마음 따로 움직이고 생각 따로 움직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 가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더라. 


종강하고 1월 중순까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일이다. 30일 동안 나를 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 그것이 시간이고 서울이라는 공간적 특징 때문인 것인지.. 정말 그것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건지...


I See fire.


나는 보았다. 내면에 불길을.

나는 보았다. 내면에서 불타는 내 자아를.

갈아엎을 때가 온 것 같다.

20살로부터 5년이 흐른 25살의 마지막 12월.

26살의 시작은 '부산사람'으로 하길 바란다.



이렇게 스스로 갈등을 하고 있지만, 나는 양손으로 쟁취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 모든 것을 놓고 떠나버리겠다던 2년 전 내 모습은 진짜였을까 가짜였을까.)

( 그렇다면 지금 양손으로 쟁취하고 싶어 하는 지금의 내 모습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일까.

나는 이런 사람일까. 저런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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